[DA:인터뷰] 박소담 “‘검은 사제들’ 이후 떨어진 자신감, ‘기생충’으로 충전”

입력 2019-06-15 12: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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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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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박소담 “‘검은 사제들’ 이후 떨어진 자신감, ‘기생충’으로 충전”

“제 자신을 보고 10대 역할도 소화가 가능할 거라 생각하셨는데 막상 만나니 ‘미자’ 역을 하기엔 나이가 많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차나 한 잔 하고 가라’는 봉준호 감독님과 1시간 30분을 이야기하다가 헤어졌어요. 사는 이야기, 음식 이야기 등 재밌게 이야기 하고 헤어졌어요. 감독님께 ‘옥자는 꼭 볼게요’라고 말하면서요.”

그리고 몇 년 뒤에 박소담은 ‘기생충’ 출연 제안을 받았다. 어안이 벙벙했다. 직접 만나기까지는 믿을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봉준호 감독이 캐스팅 과정에서 배우들을 애간장 타게 한 사연까지 밝혔다. 박소담은 “두 달간 연락을 하지 않으셨다. 잘린 줄 알았다. 하하. 시나리오를 쓰느라 바쁘셨던 감독님은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난 이미 결정하고 글을 쓴건데’라고 하시더라”며 “그런데 알고 보니 다른 배우들도 봉준호 감독님과 연락이 안 돼 불안했다고 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소담은 송강호(기택 역)의 딸이자 최우식(기우 역)의 동생인 ‘기정’ 역을 맡았다. 극 중에서 부잣집 사모님 연교(조여정 분)에게 미술 심리학에 관해 현란한 말들과 정신 사나운 아들 다솜(정현준 분)을 차분하게 만들어 그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면서 ‘가짜’ 미술 선생님으로 집안에 들어가게 된다.

이 땅에 살아가는 대한민국 청년들을 표현했던 박소담은 ‘기정’을 연기하며 배우로 데뷔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17번 오디션을 봤던 때도 떠오르고 졸업을 하고 진짜 현장에 나갔을 때 프로 배우들의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라며 “내가 생각했던 더 큰 세상이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컸다. 기정이가 약한 아이는 아니지만 진짜 사회 앞에서 주눅 들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연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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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께서 기우와 기정이 누가 더 나이가 많은지 긴가민가하게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기정이가 누나 같을 때가 더 많잖아요. 저 역시 양가 통틀어 장녀고 학교 다닐 때도 과대를 했었어요. 뭔가 나서서 하는 편이 전 더 편해서 오빠 기우를 이끌고 나가는 기정이를 연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이어 ‘다솜’에 대해 물었다. 기정이는 어떻게 산만한 다솜이를 침착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자신은 인디언이라며 장난감 화살을 쏘고 부산하게 돌아다니는 다솜은 기정과 함께 하자 차분하게 수업을 들었다. 심지어 기정과 미술 수업이 끝났을 때 ‘배꼽 인사’를 하며 예의 바른 모습을 보여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박소담은 “기정이는 아이와 교감하는 법을 알고 있었을 것 같다”라며 “수업을 할 때 다솜이를 기정에 무릎에 앉혀두고 같이 그림을 그리지 않나. 거기서 유대감이 생겼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교가 교육열은 높지만 아이들과 같이 놀 줄은 모르는 엄마다. 다솜이는 엄마의 사랑이 가장 필요한 나이인데 기정이 그걸 채워준 것 같다. 살과 살이 맞닿으면서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고 기정에게 마음을 연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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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기정이 다솜의 마음을 연 것처럼, ‘기생충’은 박소담의 마음을 연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검은 사제들’(2015) 이후 드라마 ‘뷰티풀 마인드’,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연극 ‘렛미안’ 등 왕성한 활동을 하며 주목을 받았던 배우 박소담은 자신이 지쳐있는지 모른 채 계속 달리기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영화와 연극에서는 열연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드라마에서는 좋은 성적표를 받진 못했다. 너무 빨리 주목을 받은 만큼 기대치도 높아져버렸던 것이다.

박소담은 “출연하는 비중은 늘어나고 연기에 대한 고민은 쌓여가고 대중들의 실망감이 더 커지니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라며 “주변에서도 ‘네가 지칠까봐 겁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잠시 휴식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1년 정도를 쉬었다. 여행도 다녔고 일명 ‘집콕’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제야 ‘아 내가 힘들었던 거구나’를 느꼈다고. 노는 것도 지루하고 연기에 대한 갈증이 심해졌을 때 연락이 온 것이 봉준호 감독이었다.

“타이밍이 절묘하게 ‘기생충’을 하게 된거죠. 작품을 하면서 정말 행복했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이고 잘한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촬영장에서 사람들이 ‘너 왜 이렇게 신났니?’라고 할 정도였어요. 송강호 선배님도 정말 딸처럼 잘해주셨고 좁은 반지하방에서 정말 가족처럼 지냈어요. 옷도 헐렁하니 편하고 쉴 때는 벌러덩 누워있고.(웃음)”



‘기생충’을 통해 촬영장에서 즐기는 법도 알게 됐다는 박소담은 “처음으로 모든 스태프들의 이름을 외울 수 있었다.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이럴 여유가 없었다. 폐 끼치지 말고 내 연기만 잘하자는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한 영화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분들의 손길이 가는지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현장과 스태프들의 소중함을 알게 된 박소담은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었다. 차기작은 영화 ‘특송’으로 송새벽과 호흡을 맞춘다. 머리도 탈색한 후 여러 색을 섞어 염색해 오묘한 매력도 느껴졌다.

“오래 쉬었으니 이젠 또 열심히 달려야죠. 좋은 작품으로 빨리 인사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기대해주세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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