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ㅣ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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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밖에서 지킨 독립의 꿈….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단장 박기태)와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이사장 클라라 원)이 미주 한인 이민사와 독립운동의 정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양 기관은 9일 도산 안창호의 날을 기념해 ‘미주 한인 이민사와 독립운동의 가치 계승’을 주제로 온라인 정책 세미나를 개최하고,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한인 이민의 역사와 독립운동 정신의 의미를 함께 조명했다.

11월 9일은 도산 안창호의 날이다. 이날은 도산 선생의 탄생일(1878년 11월 9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2018년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 선포했으며 미국에서 외국인 업적을 기리는 최초의 기념일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탄생일을 기념해 진행된 이번 세미나는 ‘대한인국민회가 남긴 역사적 유산을 오늘의 관점에서 어떻게 재해석하고 계승할 것인가’를 중심 주제로 진행됐다. 미주 동포 사회가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되짚는 한편, 대한인국민회가 과거 임시정부의 가정부 역할에 머물지 않고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맞게 그 역사적 유산을 확장하고 재해석할 새로운 방향을 함께 모색했다.

1909년 창립된 대한인국민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이전까지 해외에서 준정부 기능을 수행했으며, 1914년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재미한인의 대표기관으로 인정받았다. 현재 LA의 대한인국민회 기념관은 미주 한인 독립운동과 초기 이민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한인 2세들에게는 뿌리교육의 장이자 한국계 미국인 정체성을 일깨우는 역사 현장으로 자리하고 있다.

클라라 원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이사장은 “이곳에는 나라 밖에서 나라를 지킨 이들의 숨결이 살아 있다”며 “대한인국민회는 임시정부 역할을 수행하며 이민 역사의 모든 퍼즐을 완성한 곳”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민사는 단순히 과거 세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세대가 새롭게 해석해 다음 세대로 이어가야 할 살아 있는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를 통해 반크와 대한인국민회는 ‘미주 한인 독립운동가 디지털 기념관’ 구축 캠페인을 공동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양 기관은 구글 등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과 협력해, 미주 한인 이민사와 독립운동의 흔적을 세계인이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구글은 전 세계 박물관·미술관의 소장품을 온라인에서 감상할 수 있는 예술 플랫폼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s & Culture)’를 운영하고 있다. 구글이 자체 제작한 초고화질 ‘아트 카메라(Art Camera)’는 10억 픽셀 이상의 정밀도로 예술작품과 유물을 디지털화해 이용자가 생생한 질감과 디테일로 감상할 수 있게 한다. 또한 VR 기능을 통해 실제 방문이 어려운 전시관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반크와 대한인국민회는 이러한 기술적 기반을 바탕으로 대한인국민회의 역사적 유산을 디지털 박물관 형태로 구현하고, 전 세계인이 클릭 한 번으로 미주 한인 독립운동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역사 캠페인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양 기관은 국내외 서명운동을 진행해 구글 본사에 협력 제안을 공식 전달할 계획이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지난해 반크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한인회와 협력해, 미국 애국지사 이대위 선생을 ‘주미국 대한민국 명예대사’로 위촉하기 위한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하며 미주 한인사회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번 ‘미주 한인 독립운동가 디지털 기념관’ 프로젝트 또한 그때와 마찬가지로 국내외 재외동포 사회의 폭넓은 지지와 참여가 필요하다”며 “오늘의 서명은 100여 년 전 독립운동가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을 모았던 그 마음을 잇는 현대적 방식의 참여”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대한인국민회가 지닌 자유와 독립의 정신은 구글과 미국이 추구하는 ‘자유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며 “디지털 공간을 통해 미주 한인들의 독립운동사를 세계와 공유하고, 젊은 세대가 과거를 현재의 언어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협력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반크 권소영 국가정책 플랫폼 담당 연구원은 “대한인국민회가 남긴 독립정신은 단순한 역사적 기억을 넘어, 오늘날 한국과 재외동포 사회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 외교의 자산이 될 수 있다”며, “대한인국민회의 기록과 정신이 디지털 공간에서 되살아날 때, 한국의 국가 브랜드 역시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층 깊이 있는 외교적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크 구승현 전략기획 연구원은 “과거 대한인국민회가 미주 지역에서 독립운동의 구심점이 되었듯, 이제는 디지털 세대가 온라인을 통해 그 역할을 이어가야 한다”며, “반크는 청년 세대가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세계와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디지털 캠페인과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