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건 간송미술관장(가운데)가 지난 해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구달바별)’ 미디어아트 전시를 앞두고 관계자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전인건 간송미술관장(가운데)가 지난 해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구달바별)’ 미디어아트 전시를 앞두고 관계자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간송 전형필’ 선생의 장손인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이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5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 관장에 대한 사기 혐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 관장은 오는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간송문화재단 주최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구달바별)’ 미디어아트 전시 뒤 재단은 전시회에 참여한 제작업체들에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제작업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미지급 정산금 규모는 약 47억 원에 달한다. 특히 전 관장은 이번 전시에 개인회사인 ‘케이엠엠아트컨설팅’을 동원, 직접 기획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간송미술관의 미디어아트 전시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 포스터.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간송미술관의 미디어아트 전시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 포스터.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전 씨를 고소한 제작업체 측은 전 관장이 사기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전시에서 영상 콘텐츠 제작을 맡은 쓰리헤드하트핸드의 이상훈 대표는 “국가 문화유산의 가치를 현대적 방식으로 알리는 일이라 자부심을 가지고 참여했고, 4개월간 콘텐츠 제작에 전념했다”면서 “수십년간 정부로부터 공적 자금과 신뢰를 받아온 간송미술문화재단이라 믿고 계약했는데, 전 관장의 재정 상태는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정산이 안 되면서 회사의 신용 등급이 강등된 상황”이라면서 “현재 모든 직원에게 양해를 구한 뒤 모두 프리랜서로 전환했다”고 하소연했다.

전 관장은 전시 제작업체 외에도 전시투자사와 티켓판매 대행·홍보업체 등으로부터도 피소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약 20억 원대의 소송을 제기한 한 투자사는 전 관장이 그 일가와 공동 소유하고 있는 유물 ‘청자상감운학문매병’에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충진 기자 hot@dondga.com


이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