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플레이로 한 이닝에 안타 6개를 치고도 득점에 실패하고 술 취한 투수가 등판하는 한심한 팀 에인절스. 실책을 연발하고 연패를 밥 먹듯 해도 희희낙락하는 선수들. 그러나 새 사령탑은 그 팀의 체질 개선에 들어간다. 실수한 선수에게 벌금을 물리고 번트와 수비 연습을 반복한다. 이를 거부하는 선수는 2군으로 내려 보내거나 방출한다. 결국 그 팀은 탄탄한 조직력으로 정상에 오르고….’ 에비사와 야스히사의 소설 ‘야구 감독’ 얘기다. 일본프로야구 에인절스라는 가상의 팀이 최강 요미우리를 꺾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요미우리 간판타자였던 오 사다하루(현 소프트뱅크 감독)와 장훈(전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특보), 주니치 투수 호시노 센이치(현 일본 대표팀 감독) 등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에인절스의 히로오카 다쓰로 신임 감독은 요미우리 스타플레이어 출신. 그는 에인절스 선수들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선수인지’를 인식시킨다. 그리고 확실한 기본기를 마스터하라고 주문한다. 주자가 있으면 오른쪽으로 진루타를 날리고 누상에 나간 주자는 수비진을 흔드는, 생각하는 야구를 강조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최상의 것을 끌어내라. 철저히 연습해라. 그러면 이길 수 있다.” 히로오카 감독은 지난해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SK 김성근 감독과 닮았다. 선수들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냉정함이나 뛰어난 스타플레이어 없이 포지션별로 역할 분담을 철저히 시켜 최강의 팀으로 만든 용병술이 그렇다. “이기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선수들에게 가르쳐 주는 건 만원 관중”이고 “부진을 향해 걸어가는 팀은 접전을 벌이던 경기부터 놓치기 시작한다”는 히로오카 감독의 말은 가슴에 와 닿는 대목이다. 지난해 꼴찌 KIA와 2년 연속 7위에 머문 롯데가 에인절스 같은 팀이 될 수 있을까. 해태 시절 한국시리즈 9회 우승에 빛나는 KIA는 조범현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았고 메이저리거 서재응이 돌아왔다. 롯데도 첫 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를 영입해 선진 야구를 선보일 태세다. 이들의 반란은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