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전구장에서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훈련시간에 홈팀 한화 선수들은 종적을 감춘 채 원정팀 LG 선수들만 땀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 게다가 LG가 한창 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을 즈음 나타난 한화 선수들은 통상적인 훈련은 생략한 채 외야 한편에서 한가하게 몸풀기 체조와 러닝만 실시했다. 특히 한화 선수들은 오렌지색 상의, 즉 원정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었고 LG는 상하 흰색의 홈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날 사직에서 야간경기를 치른 한화가 대전에 당도한 시각이 이날 새벽 2시30분이었기 때문. 반면 잠실에서 경기를 마친 LG의 대전 도착 시각은 새벽 1시. 사직원정 싹쓸이를 포함해 신바람 4연승을 올린 터라 하루쯤 여유를 부려도 괜찮아 한화가 훈련을 하루 건너뛴 것. 덕분(?)에 LG는 특별수비훈련까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가 개시되자 한화 타자들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았다. 발놀림도 가뿐했다. 김태균은 1회말 3점홈런으로 LG 선발 제이미 브라운을 두들겼고, 좌익수 이영우는 2회초 1사 1루서 손인호의 2루타성 타구를 전력질주해 글러브에 담았다. 역시 책상머리에 오래 앉아있다고 반드시 공부 잘 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대전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