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설마내쫓진않겠지?…퇴출위기딛고첫승

입력 2008-05-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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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2사 2루서 클리프 브룸바를 삼진 처리하자 온 세상이 제 것인 양 멋지게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며 포효했다. 7회 2사 1루서 황재균을 땅볼로 유도, 선행 주자가 2루에서 아웃되자 하늘을 향해 검지를 치켜 올리며 한껏 기분을 내기도 했다. 이미 사실상 퇴출이 결정된 터. 스카우트팀은 일찌감치 미국에 건너가 대체 선수를 물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우연치 않게 다시 찾아온 선발 기회. 기가 죽을 법도 했건만 마운드에선 예전보다 더 씩씩했다. 하루 성적만 놓고 보면 ‘왜 이런 투수가 아직 1승도 못하고 퇴출 후보에 올랐나‘라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정도였다. KIA의 ‘메이저리그 통산 89승 투수’ 호세 리마(36)가 꿈에 그리던 한국 무대 첫 승을 뒤늦게 신고했다. 리마는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우리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2안타 1볼넷 4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에 입맞춤했다. 개막 후 다섯 번 선발 등판서 승 없이 2패 방어율 7.43으로 부진, 지난달 21일 2군으로 떨어진 후 19일만의 1군 무대 복귀전. 1회 ‘어퍼컷’ 세리머니를 보며 “야구만 잘 하면 정말 좋을텐데…”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던 KIA 한 관계자의 한숨은 리마가 예상(?)을 깨고 4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티자 “27만5000달러(계약금 포함)를 받고 양심이 있다면 1승은 하겠죠”라는 믿음(?)으로 바뀌었다. 2군서 칼을 간 덕분인지 체인지업 떨어지는 각도가 이전보다 훨씬 좋았다. 장기인 싱커도 날카로웠다. 직구, 싱커, 체인지업 세 구질의 단순한 피칭이었지만 낮게 제구된 볼이 히어로즈 타선을 압도했다. 게임 종료 후 스탠드를 떠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에게 모자를 벗어 흐뭇한 표정으로 인사를 한 리마는 9회 말 마지막 타자 황재균이 삼진 아웃된 뒤 포수 마스크를 쓴 동료 이성우가 볼을 스탠드에 던져 버려 ‘첫승 기념구’를 잃어버린 것에 안타까움을 내비치며 “난 아직 첫승을 거둔 게 아니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오늘 새로운 기분으로 나서기 위해 양현종의 모자를 빌려 쓰고, 스파이크도 새 것을 신고 나왔다. 시즌 전 목표로 했던 15승 달성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묻지도 않은 목표를 의기양양하게 재차 강조했다. 경기 전 ‘오늘 게임 결과가 퇴출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단순히 성적보다는 구위를 제대로 지켜보겠다”며 사실상 큰 영향이 없음을 내비쳤던 조범현 감독은 그러나 리마에 대해 경기 후에도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조금 더 지켜보겠다”고. 목동 |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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