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도대체 생각이 있냐 없냐?” 삼성 한대화 수석코치는 28일 목동 우리전을 앞두고 타격훈련을 하는 4번타자 박석민을 불러세워 핀잔을 주며 계속 놀렸다. 전날 8-4로 앞선 5회 2사 1·3루서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들어왔는데 우리 포수 강귀태의 속임수에 넘어갔다는 것. 강귀태는 타석에 선 박석민에게 “요즘 무서워졌더라. 너하고 승부 안하니까 걸어나갈 준비하고 있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초구가 아주 높게 들어왔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이제 상대가 나를 경계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가슴이 뿌듯했을 터. 그런데 2구째 직구가 한가운데로 쑥 들어왔다. ‘배터리 사인이 맞지 않았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3구째도 2구와 똑같았다. 4구째도 보아하니 한가운데로 날아오는 공. ‘속았구나’라며 냅다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슬라이더였다. 힘없이 헛스윙 삼진. 강귀태에게 보기 좋게 넘어간 것이었다. 한 코치는 “우리(히어로즈)가 4-8로 뒤지고 있고, 2사에 주자가 1·3루인데 왜 너를 걸리겠냐. 그 상황에서는 이승엽이 와도 안 걸른다”며 깔깔 웃었다. 박석민은 말은 하지 못하고 머리만 긁적거리며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선동열 감독과 한 코치는 취재진에게는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며 박석민을 칭찬하고 있다. 그러나 더 무서운 4번타자가 되기 위해서는 겪어야할 ‘첫경험’들이 더 많아야하는 모양이다. 목동=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