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의야구속야구]야구계불변의법칙

입력 2008-06-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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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경기도 그렇지만 주말 경기는 인산인해다. 수많은 관중들 속에서 축제를 즐기러 온 것처럼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야구팬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더군다나 요즘 야구장 앞에서 뒤로 다가와 표를 건네려는 암표상들을 보면 야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프로야구 초창기 야구장은 현재보다 시설이 열악했고, 관중수용 규모도 작았다. 또 야구장 안팎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나기 일쑤였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경기를 관람하곤 했다. 원정팀을 응원하는 팬이 앉을 자리가 없어 홈팀 관중석에 앉아 응원을 하다보면 라면국물 세례를 당하기도 하고, 홈팬들에게 몰매를 맞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래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관중석에는 안전요원이 아닌 경찰들이 항상 배치돼 있던 시절이 생각난다. 과거의 야구팬은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무조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팀을 응원해야 했던 시절이다. 그러나 지금은 연고를 따지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선택해서 응원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여성팬과 가족단위의 팬이 많이 늘었고, 그러면서 관전문화도 성숙해지고 있다. 특히 프로야구 초창기의 어린이팬이 이제는 어엿한 30, 40대 가장이 돼 아들, 딸들의 고사리같은 손을 잡고 야구장에 오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프로야구도 벌써 1세대가 흘렀다. 머지않아 초창기 어린이팬들은 할아버지가 될 것이고 자식, 손자와 함께 3대가 야구장 나들이하는 날도 올 것이다. 프로야구 초창기에 선수로 활약한 나로서는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오늘따라 팬들에 대해 구구절절 말한 이유는 따로 있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야구계에서 변하지 않은 것이 두 가지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팬들의 야구에 대한 사랑이요, 또 하나는 야구장이다. 오늘은 야구장에 대해 한마디 하려 한다. 잠실, 사직, 문학 등 많이 개선된 곳도 있다. 이에 반해 다른 구장은 관중동원을 할 수 없는 여건이다. 시설도 열악하다. 점점 늘어가는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구장시설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본다. 물론 야구장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지방자치제라서 시의 예산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고, 행정절차도 복잡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관계자들은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여가선용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야할 의무가 있다. 시민들의 발걸음이 지금 어디로 향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야구환경은 머지않아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한 순간의 큰 변화는 바라지도 않는다. 시민들의 점점 높아지는 문화욕구와 수준에 따라 한걸음씩 변화를 줘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다보면 더 좋은 시설에서 더 많은 관중이 야구를 맘껏 즐길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김시진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감독 첫해 외풍 때문에 키를 놓았지만 뚝심과 저력은 그대로다. 외풍을 겪어봤기에 할 말도 있다. 언젠가 다시 키를 잡겠지만 맞바람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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