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은 오렌지색 깃발과 유니폼을 흔드는 물결로 장관을 이뤘다. ‘오렌지군단’ 네덜란드가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를 꺾고 ‘죽음의 조’ 생존 경쟁에서 기분 좋은 첫 승을 신고했다.
네덜란드는 10일(한국시간) 스위스 베른 ‘스타드 드 스위스’에서 열린 유로2008 C조 1차전에서 전반 반 니스텔루이, 웨슬리 슈나이더의 연속골과 후반 반 브롱크호스트의 쐐기골에 힘입어 이탈리아를 3-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조별리그에서 1승 0패(승점 3점)을 기록, 앞서 열린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둔 프랑스와 루마니아를 제치고 ‘죽음의 C조’에서 선두를 달리게 됐다.
또한 네덜란드는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2-1 승) 이후 30년 만에 이탈리아를 꺾는 감격도 누렸다. 상대전적은 이탈리아가 7승6무(승부차기 승 포함)3패로 우위.
우승후보간의 맞대결이었던 경기에서 네덜란드는 기쁨과 환희를, 이탈리아는 치욕감을 맛본 날이었다.
이날 4-5-1 포메이션을 가동한 네덜란드의 마르코 반 바스텐 감독은 반 니스텔루이를 원톱에 두고 좌우 측면 공격수에 각각 카윗과 데용을 출전시켰다. 또한 바스텐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에 슈나이더를 배치시켜 공수조율을 맡겼고, 엔헬라르-판 데르 파르트로 허리라인을 구축했다.
포백 수비라인은 불랑루즈-오이여르-판 브롱코스트-마테이션으로 구성됐고, 골문은 ‘백전노장’ 반 데 사르가 지켰다.
반면 좀 더 공격적인 전술을 택한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도나도니 감독은 나탈레-토니-카모나네시를 스리톱에 세우고 암브로시니-피를로-가투소를 중원에 배치시켰다. 포백에는 마테라치-파누치-바르찰리-잠브로타로 빗장 수비를 펼쳤다. 골키퍼는 잔루이지 부폰.
선취골은 네덜란드의 몫이었다. 전반 25분 슈나이더의 강력한 왼발슛을 문전 앞에 있던 반 니스텔루이가 가볍게 방향을 바꿔 상대 골망을 흔든 것. 이탈리아 수비진은 곧바로 오프사이드 반칙을 주장했지만, 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논란의 여지를 남긴 골로 앞서간 네덜란드는 6분 뒤 추가골을 성공시키며 더욱 기세를 올렸다. 중원에서 넘어온 긴 패스를 카윗이 헤딩으로 문전 앞으로 연결, 쇄도하던 슈나이더가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중원을 장악하며 점차 공격 점유율을 높이던 네덜란드는 전반 42분 반 니스텔루이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부폰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아쉽게 세 번째 골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전반을 2-0으로 앞선 네덜란드는 후반에도 이탈리아의 빗장 수비를 수차례 허물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슈나이더는 중원에서 완벽한 공수조율을 선보였고, 카윗도 정확한 크로스와 저돌적인 돌파로 공격에 파괴력을 더했다.
네덜란드는 후반 중반 이탈리아의 나탈레 대신 교체투입된 알렉산더 델 피에로에게 위협적인 중거리 슛을 잇따라 허용하며 주춤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점 순간마다 반 데 사르 골키퍼의 눈부신 선방이 이어지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위기 뒤에 찬스’라는 말이 있었던가. 후반 34분 이탈리아의 피를로의 프리킥을 선방한 뒤 바로 역습으로 전환한 네덜란드는 슈나이더의 오른쪽 크로스를 반 브롱크호스트가 헤딩슛으로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크게 앞선 상황에서도 네덜란드는 반 니스텔루이 대신 공격수 반 페르시를, 카윗 대신 신예 이브라힘 아펠라이를 투입시켜 우왕좌왕하는 이탈리아를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결국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친 뒤 네덜란드는 이탈리아의 마지막 공세를 잘 막아내고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냈다.
한편 이탈리아는 간헐적으로 얻은 득점찬스에서 토니의 어이없는 실수와 미드필더 장악에서 실패하는 등 형편없는 전력을 드러내며 네덜란드에 대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