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과 2010년에 개장 예정인 미국 4대 프로리그 경기장 건설에 투입되는 돈이 7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12개 경기장을 신축하는데 들었던 4조6000억원(현재가치)이라는 당시 최고기록이 10년만에 깨진 셈이다.
프로스포츠가 성공하려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가 ‘좋은 시설’이다. 그런데 연간 경기 있는 날보다는 없는 날이 더 많고, 넓은 땅이 필요한 경기장 건설은 일개구단이 단독으로 감당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그리고 미국 구단들이 아무리 돈을 잘 번다고 해도 수천억원짜리 경기장을 제 돈으로 지을 만큼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미국 구단들은 어떻게 최신시설을 갖출 수 있을까?
“어떤 도시도 초고층 빌딩을 지어 IBM이나 AT&T에 공짜로 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많은 미국 도시들이 프로구단에게는 수천억원짜리 경기장을 지어 무료나 명목상의 임대료만 받고 쓰게 한다”는 말에 답이 있다. 그렇다면 자치단체는 왜 경기장 건설에 막대한 투자를 할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도시 이름 알리기에 프로 구단만큼 효과적인 홍보수단이 없다. “다저스가 브루클린을 떠난 후 다시는 브루클린이라는 이름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브루클린의 전철을 우리는 절대로 밟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한 지방의회 의장이 했던 말이다.
둘째, 스포츠 이벤트는 시민들의 자부심을 고취하는데 유력한 수단이 된다. “그때 나도 덩달아 고함을 치기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내 뺨을 타고 흘렀다. 정말 감동적이었고 내 감정이 그렇게 북받쳐 오를 줄은 정말 몰랐다.” 한 애틀랜타 시민이 애틀랜타가 올림픽개최지로 결정되었을 때 느꼈다는 감정이다.
셋째, 프로 구단은 도시 이미지 강화에도 기여한다. “프로 구단을 갖고 있다가 타 도시로 뺏기는 것은 차라리 애당초 갖고 있지 않았던 것보다 시의 이미지에 훨씬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미네소타주의 주지사가 했던 말이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스포츠 이벤트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자치단체가 스포츠시설에 투자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내년 미국 4대 프로리그의 경기장 건설에 사상최대의 민관합작투자가 이뤄지는 사실은 스포츠 시설이 프로구단에게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 자치단체들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