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슨,그러니까우승못해!”

입력 2008-06-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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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의 지존’으로 통하는 필 미켈슨(38)은 PGA 투어의 2인자다. PGA 투어에서 통산 34승을 거둬 현역으로는 타이거 우즈에 이어 두번째 다승 선수다. 그는 2004년 마스터스를 우승하기 전까지 만 해도 ‘무관의 메이저’로 만년 2인자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메이저 타이틀이 없어 큰 경기에 약하다는 지적을 들었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어처구니없는 샷과 짧은 거리의 퍼트를 놓쳐 ‘새 가슴’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2004년 마스터스 우승, 2005년 PGA 챔피언십, 2006년 마스터스 우승으로 메이저 타이틀을 3차례나 석권하면서 미켈슨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다. ‘타이거 우즈의 대항마로는 역시 미켈슨’이라는 찬사가 따랐다. 그러나 미켈슨은 고비마다 우즈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올해 US오픈에서 미켈슨은 왜 영원한 2인자가 될 수밖에 없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토리파인스 코스는 미켈슨에게 안방이나 다름없다. 쇼트게임의 1인자로 통하는 그가 13번홀에서 영화 ‘틴컵’과 상황만 다를 뿐 무모한 어프로치 샷으로 4오버파를 기록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틴컵’에서 케빈 코스트너는 샷을 계속 물에 빠뜨렸다. 미켈슨은 러프에서 공을 빼내지 못해 헛스윙을 하고 이어서 그린 위로 올린 칩샷이 계속 흘러 내려왔다. 미켈슨은 2006년 US오픈에서 다 잡은 우승을 놓친 뒤부터 메이저 대회 성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스포츠에서 ‘만약’이라는 설정은 필요 없지만 뉴욕의 윙드 푸트 골프클럽에서 열린 그 대회에서 우승을 거뒀다면 미켈슨은 메이저 대회에서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켈슨은 2005년 메이저 마지막 대회인 PGA 챔피언십을 획득했다. 해가 바뀐 2006년 첫 번째 마스터스 우승으로 메이저대회를 연속으로 차지했다. 상승세였다. 우즈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분위기였다.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첫날 이븐파로 선두와 1타 차를 유지하며 상승세를 유지했다. 우즈는 아버지의 사망 충격으로 1라운드에서 6오버파를 기록하고 결국 컷 통과에 실패했다. 미켈슨은 2라운드에서 3오버파로 주춤했다. 3라운드에서 1언더파 69타 합계 2오버파 212타로 공동 선두에 올라섰다. 생애 첫 US오픈 우승이 눈앞에 보였다. 17번홀까지 1타 차로 앞서 마지막 홀에서 파만 거두면 우승이었다. 그러나 18번홀에서 4라운드 내내 그를 괴롭힌 드라이브 티샷이 왼쪽 나무 밑으로 떨어졌다. 미켈슨의 얼굴은 상기됐다. 두 번째 트러블 샷은 다시 나무를 맞고 10m전방에 떨어졌다. 세 번째 샷은 벙커에 꽂혔다. 보기만 해도 5오버파로 라운드를 마친 제프 오길비와 연장전을 벌일 수 있었다. 벙커 샷도 홀에 가까이 붙이지 못해 더블보기로 마감하고 우승을 오길비에 남겨줘야 했다. 경기 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나는 바보다”며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미켈슨은 이후 2008년 마스터스 5위를 제외하고 10위권에 든 적이 없다. 이번 US오픈에서도 18위에 그쳤다. 이번에는 3라운드까지 3번 우드로 티샷을 고집해 전문가들의 비난을 받았다. 3번 우드가 자주 페어웨이를 빗나가 그럴 바에는 차라리 거리가 멀리 나가는 드라이브를 쳤어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1,2라운드에서 우즈와 드라이브 거리 차이가 50야드를 넘었다. 과연 미켈슨이 언제쯤 메이저 대회 부진의 충격에서 벗어날지 궁금하다. LA=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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