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희는누구?]고2때박세리와명승부…준우승만7번

입력 2008-06-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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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희(22·휠라코리아·사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꿈의 무대라는 LPGA 투어를 노크한 지 2년 만에 웨그먼스LPGA 대회에서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아마추어 시절 송보배(22·슈페리어), 박희영(21·하나은행), 최나연(21·SK텔레콤)과 함께 국가대표 4인방으로 통했던 지은희가 골프팬들에 이름을 알린 것은 가평종고 2학년인 2003년 KLPGA투어 액스캔버스오픈에 출전했을 때다. 당시 세계 최고였던 박세리(31)와 최종 라운드에서 함께 플레이했던 지은희는 주눅 들지 않고 박세리와 명승부를 펼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정작 프로가 되어선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05년 데뷔한 지은희는 동료 송보배(22·슈페리어)의 그늘에 가렸다. 이듬해부터는 ‘지존’ 신지애(20·하이마트)의 등장으로 ‘2인자’, ‘준우승 전문’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마음고생이 컸지만 지은희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데뷔 3년 만인 작년 휘닉스파크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첫 우승 이후 지은희의 성장은 눈부셨다. 다음 대회인 KB 국민은행 스타투어 2차전까지 연속해서 우승컵을 거머쥐며 ‘지존’ 신지애의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아쉬움도 남았다. 9승을 따낸 신지애의 그늘은 여전히 깊었다. 준우승만 7차례 기록하면서 또 다시 2인자에 머물렀다. 그런 지은희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새로 도입된 세계랭킹 제도에 따라 LPGA투어 출전 기회가 생겼다. 지난해 에비앙마스터스와 브리티시오픈, 캐나다여자오픈과 하나은행-코오롱챔피언십에서 두각을 보이며 25만 달러를 벌어 상금랭킹 52위에 오르며 LPGA투어 전경기 출전권을 확보했다. LPGA투어에서는 조건부 출전권자가 상금랭킹 90위 이내에 들 경우 다음해 전경기 출전권을 주는데 지은희가 새로운 규정의 혜택을 봤다. 12개 대회에서 ‘톱10’에 두 차례 들면서 숨을 고른 지은희는 처음 찾아온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고 태극낭자의 새얼굴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162cm의 크지 않은 키. 드라이브샷 비거리 250야드에 정교한 아이언샷이 장기지만 불안한 퍼트가 약점이다. 그래서 2006년부터 동계훈련 때면 퍼트 보완을 위해 특별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거리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립을 바꾸는 등 변화를 꾀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광인 아버지 지영기(53)씨의 손에 이끌려 골프에 입문한 지은희는 6개월 만에 아마추어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하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수상스키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지영기 씨는 경기 때마다 직접 캐디백을 메는 것으로 유명하다. 15년간 수상스키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아버지는 그녀에게는 엄격한 스승이자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소극적인 성격의 딸이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아 주는 지영기 씨의 역할은, 지금의 지은희를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의 독특한 훈련방법 또한 화제다. 수상스키 감독 출신답게 아이언샷의 정확성을 키우기 위해 한강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면서 지은희에게 배 위에 정확히 볼을 올리도록 특별훈련을 시켰다는 얘기는 골프계에서 공공연하게 전해오는 일화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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