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에 최적화된 타격 행위는 번트다. 자세를 낮추고, 머리를 고정시키고, 중심이 흔들릴 여지를 배제하고, 타격의 대부분 과정을 생략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번트만으로 꾸준한 득점 창출을 기대하기 힘들다. 득점은 강한 타구로부터 나온다. 타자들은 체중을 실어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 크게 2가지 방법을 택한다. 하나는 신체의 전진력을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강한 회전력을 쓰는 것이다. 전자는 타격시 몸의 무게중심을 앞으로 이동시키며 그 탄력을 이용하고, 후자는 몸통의 급격한 회전력을 통해 힘을 얻는다. 타자는 여기서 교점을 찾아간다.
※푸홀스는 상체 위주의 타자
푸홀스의 경우 대표적인 회전력의 타자다. 그의 타격 자세를 살펴보자. 보통의 타자들은 어깨너비의 스탠스에서 앞발을 살짝 내딛으며 그 탄력을 이용해 타격한다. 하지만, 푸홀스는 똥싸는 듯한 기마자세로 다리를 한껏 벌리고 타석에 선다. 그 자세에서 앞으로 더 내딛다가는 중심을 잃거나, 가랑이가 나갈 것이다. 당연히 스트라이드 동작은 없다. 타이밍을 잡기위해 살짝 발끝을 세웠다 내릴 뿐이다. 무게 중심은 철저히 뒤에 고정돼 있는 상태에서, 그 축을 중심으로 강하게 회전한다. 더욱, 푸홀스의 경우 테이크백(힘을 모으기 위해 몸을 뒤로 젖히는 것) 동작이 없으면서, 예전 김성한 선수처럼 방망이를 뉘어서 들어가므로 스윙이 결정되면 최단거리와 시간으로 배트가 나오게 된다.
그는 극단적인 상체 위주의 타격을 한다. 하지만, 그가 팔힘만으로 타격을 한다면 오산이다. 타이거 우즈나 존 델리에게 배트를 쥐어줘도 팔의 힘만으로 홈런을 날릴 수 없다. 스윙 자체가 신체의 복합적 활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거지로 이를 구현해보자. 타석에서 가슴이 완전히 투수를 향하도록, 어깨를 미리 오픈시킨 상태에서 스윙을 시작해보자. 이 경우 팔힘만으로 스윙을 할 수 있지만, 쟈니 데이먼의 송구 만큼이나 형편없는 타구를 보게 될 것이다.
그는 하체의 활용도가 미미한 타자지만, 골반 이상의 신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팔동작으로 한정한다면, 그는 테이크백이 없다. 몸통을 이용해 힘을 모은다. 등이 투수를 향할 정도로 몸통이 완전히 꼬인 상태에서 히팅 포인트를 최대한 뒤로 가져가며, 한꺼번에 꼬인 몸을 풀면서 스윙한다. 허구연 해설 위원이 강조하는 것처럼, 닫힌 상태에서 힘을 모은 타자가 골반-허리-어깨 순으로 열리면서 폭발적인 회전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푸홀스의 정교한 타격
중심을 뒤에 두고, 강한 회전력을 만드는 타자는 힘좋은 장타자가 많다. 하지만, 푸홀스는 통산 3할3푼에 달하는 정교한 타자다. 이는 테이크백 없이 바로 나오는 스윙궤적과 빠른 스윙스피드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선구안에 있다. 푸홀스의 야구인생 전환점은 특유의 스탠스를 완성하면서 시작됐다. 쩍하고 벌린 특유의 폼은 스트라이드를 하지 않게 함으로써 중심이동간에 발생할 수 있는 머리의 움직임을 원천봉쇄했다. 그리고, 낮은 자세로 눈높이를 공과 가깝게 만들었다. 이 타격폼 완성 전의 푸홀스는 함평 나비 타자보다 못치는 선수였다.
머리의 고정과 시선의 확보는 장타자임에도 엽기적인 삼진수를 기록하는 선구안의 원천이 됐다. 인간의 눈은 좌우로 한쌍이 배치되어 있다. 따라서, 시각은 좌우 식별에 민감하고, 상하의 식별에는 둔감하다. 타자는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푸홀스는 최대한 공의 궤적과 눈높이를 맞춤으로써, 상하 유인구에 잘 속지 않는다.
※푸홀스 그의 미래는 과연?
이 좋은 타격 자세를 왜 타자들은 따라하지 않는 것인가? 굉장히 구현하기 힘들고 무리가 가는 폼이기 때문이다. 한번 직접 따라해보시길 권장한다. 최대한 다리를 벌린 상태에서 몸을 낮추고, 중심을 뒤에 두는 느낌으로, 늦었다 싶을때 스윙을 시작해 몸통을 돌리면서 강하고 큰 회전을 만들어 보자. 날씨도 더운데 거실에서 해도 된다. 파리채 정도가 적당하고, 여친이나 엄마에게 뭉친 양말 쪼가리를 던져달라고 요청해보자. 설거지 한번 정도면 기꺼이 해줄 것이다. 파리채와 임팩트된 양말이 거실공기를 빠르게 가른다면, 당신의 허리는 충분히 사랑받을만 할 것이다.
푸홀스의 스탠스는 비정상적으로 넓다. 넓게 다리를 벌린 상태에서는 허리를 끝까지 돌리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푸홀스의 팔로스로는 끝까지 돌아간다. 그의 허리가 완벽히 회전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를 몸통의 천부적 강함과 유연함으로 풀이해보면, 그가 앞으로도 롱런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반면, 무리를 하고 있다면 페이스의 하락이 예측가능하다. 필자는 후자쪽이다. 상체에 치중한 유형의 타자는 급격히 노쇠한다. 비슷한 타격폼의 제프 배그웰도 일찍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더욱, 작년부터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그의 부상 소식은 의심을 증폭시킨다.
최근 푸홀스는 300홈런을 달성했다. 그가 현역 최강의 타자란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그냥 푸홀스가 싫다 라고 말하는 것이 낫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보여줄 것보다 이미 보여준 것이 많은 선수 같다.
# 블로그 자이언츠 저널(http://toto5071.egloos.com)의 이대호 관련 칼럼을 참고하여, 제 생각을 확장시켜 쓴 글입니다.
☞ mlbpark 객원 칼럼니스트 [ 다나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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