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브리티시오픈이다. 시속 56km의 강풍과 “잔인하다”는 말까지 나오는 러프, 한계에 도전하는 자연과의 싸움 앞에서 톱 프로들이 줄줄이 오버파로 무너졌다.
20일(한국시간) 영국 사우스포트 로열 버크데일 골프장(파70·7173야드)에서 열린 제137회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에서 53세의‘백상어’그렉 노먼(호주)이 2오버파 212타를 마크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2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치며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던 최경주(38· 나이키골프)는 3라운드에서 5타를 까먹는 난조 끝에 4오버파 214타로 디펜딩 챔피언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과 함께 공동 2위로 밀렸다.
앤서니 김(23)은 전반에만 3타를 잃었지만 17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중간합계 7오버파 217타를 쳐 공동 5위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타수 차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우승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우승의 열쇠는 집중력에 달려있다. 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에서 얼마나 강한 집중력을 발휘해 실수를 줄이는 가에 따라 우승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2라운드 뒤 “모든 게 잘 풀렸다. 샷도 깔끔했고 몸 상태도 좋아졌다”고 말했던 최경주는 3라운드 뒤 “그린 위에 올라섰을 때 볼이 움직일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어 겁이 났다. 짧은 거리의 퍼트를 3∼4차례 놓쳤다. 오늘 푹 쉬고 내일은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예정”이라며 상상도 못할 바람에 고전했음을 털어놓았다.
가장 어려운 6번(파4)과 10번홀(파4)에서 기록한 더블보기 2개는 모두 티샷과 퍼트 실수에서 비롯됐다.
특히 15번홀(파5)에서 3퍼트로 보기를 기록한 것은 아쉬움이 컸다. 반드시 버디로 공략해야하는 17번홀(파5)에서도 파 세이브로 넘어간 게 타수를 줄이지 못한 요인이 됐다.
다행히 최경주는 강한 바람 앞에서도 57.41%의 그린 적중률과 57.14%의 페어웨이 적중률, 1.61개에 불과한 퍼트수치를 보여줘 여전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렸다. 마지막 날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면 대역전으로 아시아 출신 최초의 브리티시오픈 챔피언을 노려볼 만 하다.
한편 그렉 노먼은 메이저 대회 최고령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은 1968년 PGA챔피언십 챔피언 줄리어스 보로스가 세운 48세4개월18일. 브리티시오픈 최고령 우승은 1867년 46세3개월9일의 나이로 정상에 오른 톰 모리스가 갖고 있다.
대회 최종일에 53세5개월11일이 되는 노먼이 우승한다면 141년간 유지돼온 대회최고령 우승 기록이 깨지게 된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