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은 페더러, 나달, 노박 조코비치(21·세르비아) 등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들과 맞붙어본 경험이 있어 이들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2008호주오픈에서는 조코비치의 돌풍을 예상했고, 윔블던테니스 대회 결승에서는 나달의 우세를 점쳐 화제가 됐다.
이형택은 “나달이 어린 나이부터 두각을 나타냈지만 22세면 한창 테니스에 눈을 뜰 나이”라고 했다. 나달은 그간 백핸드에 대한 약점을 지적받아왔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백핸드에서 포인트가 더 많이 나온다. 이형택은 “포핸드만으로도 페더러와 세트스코어 2-3정도의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백핸드가 좋아진 나달이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비가 와서 경기가 중단되는 일만 아니었더라면 나달이 3-0으로 이길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달은 7일 윔블던 결승에서 2세트를 먼저 따낸 뒤 2세트를 잃었다가 결국 3-2로 페더러를 눌렀다. 이형택은 “기술적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페더러가 나달과의 경기에서는 미소가 사라지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했다.
반면 나달은 페더러를 상대로 최고의 경기력을 펼친다. 이형택은 올림픽에서도 나달의 금메달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반면, 나달의 약점은 서브. 뛰어난 발리와 스트로크로 서브에 대한 약점을 메웠지만 ‘올라운드 플레이어’ 페더러를 압도하기 위해서는 서브 보완이 필수다.
이형택은 “경기를 많이 하다보니 안목이 좀 생긴 것 같다”며 웃었다. 이형택은 은퇴 후 자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테니스아카데미를 설립할 꿈을 갖고 있다. 이형택은 “기술 이전에 테니스를 통해 예절을 가르쳐보고 싶다”면서 “엘리트 선수들은 메이저대회 정상급으로 키워볼 욕심도 있다”고 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