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키즈’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박인비(20· SK테렐콤)의 US여자오픈 최연소 우승에 이어 동갑내기 오지영(20· 에머슨퍼시픽)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스테이트 팜레일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오지영은 박세리(31)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던 1998년 아버지를 따라 골프장에 다니다 골프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다.
외환 위기 때문에 아버지의 사업이 힘들어졌고 어머니는 가사 도우미를 하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오지영은 골프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주니어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2001년에는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박인비와 함께 용인 죽전고를 다니다 남해 해성고로 전학을 갔고 이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오지영은 2006년 미국 IMG 골프아카데미에서 샷을 가다듬었고 플로리다 6개 아마추어 대회를 휩쓰는 기량을 떨쳤다.
그 기간 오지영은 샌드웨지가 2개월 만에 닳아 못쓸 정도로 연습을 했고 다른 선수들이 연습장을 차량으로 이동할 때 홀로 자전거에 골프채 가방을 싣고 이동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그해 12월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9위를 차지하며 2007년 본격적으로 프로에 데뷔했다.
꿈을 안고 프로에 뛰어들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데뷔 첫해 톱10 진입은 단 한번에 그쳤고, 올해도 지난 주 제이이파 오웬스 코닝 클래식까지 톱10에는 두 번 입상한 게 고작이었다.
쇼트 게임과 퍼트 실력은 뛰어났지만, 260야드에 불과한 드라이버 샷과 경험 부족으로 뒷심이 부족했다. 1,2라운드 때는 종종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순위가 내려간 적이 많았다.
3월 열린 마스터카드 클래식에서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를 달렸지만 최종라운드에서 7타를 까먹고 8위로 내려앉았다. US여자오픈에서도 첫날 6언더파를 치며 선두 자리를 꿰찼지만 최종 성적은 공동 31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이번 대회 우승으로 뒷심 부족이라는 징크스를 털어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