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빈볼’SK김준…아버지한테혼난까닭은?

입력 2008-07-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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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프로 데뷔전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 아마도 대견스러움이 앞설 터이다. 그러나 SK 좌완 루키 김준은 데뷔전 직후 아버지(김인식 전 LG 2군 감독)에게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22일 롯데전에 앞서 만난 김준이 들려준 사연은 이렇다. 고려대를 졸업한 김준의 데뷔전은 4월 19일 두산전(잠실)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1이닝 만에 돌연 강판됐다. 두산 유재웅에게 위협구를 던지고 퇴장 당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SK 유격수 나주환이 두산 선수의 태클에 무릎 부위를 다치는 부상을 입었기에 보복 차원의 빈볼을 던질 상황이었고, 하필 마운드에 있던 김준이 악역을 떠맡은 것이었다. 결국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사구였기에 심판진은 즉각 퇴장을 명했고, 김준은 데뷔전 퇴장이란 진기록을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공교롭게도 그 이후 김준은 아직까지 1군 승격이 안 되고 있다. 데뷔전에서 안 좋은 추억만 남긴 것도 서러운데 김준은 아버지인 김인식 안양 충훈고 감독에게마저도 “왜 타자를 맞혀?”란 핀잔(?)을 들었다. 김 감독이 아들 편을 들어주지 않은 이유는 MBC 청룡 현역 시절 ‘골병 들 정도로’ 사구(死球)를 많이 맞은 아픈 추억이 있어서였다. 베트콩이란 별명의 김 감독은 공에 맞고 큰 대(大)자로 뻗어버린 기억으로 올드 팬들에게 각인돼 있다. 강타자는 아니었지만 사구를 60개나 기록했다. 김준을 가르치는 SK 계형철 2군 감독은 “네 아버지가 체구는 작은데도 어찌나 달라붙던지. 내 볼에 많이 맞았다”라고 농담을 걸었다. 김준이 “아버지 사구 기록을 롯데 공필성 코치가 깼습니다”라고 하자 계 감독은 “그럴 줄 알았으면 더 맞히는 건데”라고 받아쳤다. 아버지는 몸에 맞는 볼로 명성을 얻었는데 아들은 몸에 맞히는 볼로 유명세를 치렀으니 프로야구 버전의 ‘수난이대’라 할 만하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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