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올림픽서동메달수모… 팀워크·룰차이도마올라’
농구는 미국의 자존심 그 자체다. 농구 종주국으로서 우승, 즉 금메달 외에는 실패나 다름없다. 미국의 올림픽 출전 전적은 114승5패다. 승률이 무려 0.958이다. 천하무적이라는 표현을 써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농구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미국은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 불참을 제외하고 3차례 금메달을 놓쳤다. 1972년 뮌헨, 1988년 서울, 2004년 아테네에서다.
뮌헨올림픽에서 미국은 심판의 애매한 판정으로 소련에게 결승전에서 50-51로 패했다. 미국 스포츠에서는 시간 적용을 소련에게 유리하게 한 이 판정을 올림픽 역대 최악의 오심 톱10으로 꼽는다. 미국은 지금도 이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은메달은 아직까지 뮌헨시청 창고에 보관돼 있다.
따라서 미국이 실력으로 올림픽에서 패한 것은 서울올림픽이 사실상 처음인 셈이다. 미국의 충격은 대단했다. 대학생 중심의 미국은 소련에게 완벽하게 패해 결승전 진출이 좌절됐고, 결국 동메달에 그치는 참담함을 맛봤다.
○ 올림픽 무대 밟은 ‘NBA 별중의 별’
농구 종주국에 상처를 받은 미국은 팔을 걷어붙였다.
1989년 국제농구연맹(FIBA)을 설득해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드디어 미국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NBA 선수들이 출전하는 ‘원조 드림팀’을 구성했다. 감독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척 데일리. 선수는 마이클 조던, 래리 버드, 매직 존슨, 찰스 바클리, 칼 말론, 패트릭 유잉 등 한마디로 별중의 별이었다. 출전자 12명 가운데 듀크대의 크리스천 래트너만이 유일하게 대학생이었다.
‘원조 드림팀’의 선수 구성이 어느 정도 대단했는지는 12명 가운데 래트너와 가드 크리스 뮬린 만이 ‘위대한 NBA 선수 50명’에 빠졌을 뿐 10명이 명예의 전당 멤버들이다. 한마디로 초특급 플레이어들이었다.
앙골라와의 예선 첫 경기에서 116-48 로 승리한 드림팀의 위용은 가공할 만했다. 준결승전에서는 9명의 선수가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리투아니아를 대파했다. 9경기를 치르는 동안 드림팀이 리드를 빼앗긴 경우는 크로아티아와의 결승전 전반에 23-25, 한번이었다.
미국은 크로아티아를 117-85로 누르고 농구 종주국의 체면을 되살렸다. 경기 내내 척 데일리 감독은 단 한번도 타임아웃을 부르지 않고 선수들에게 전적으로 플레이를 맡겼다. 9경기 평균 득점 차가 43.8점이었다. 당시 원조 드림팀에 대한 반향은 상상을 초월했다. 심지어 경기에 출전한 상대 선수들조차 경기 후 드림팀의 사인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며 우러러봤다.
○ 2000년, 세계최강의 추락을 예견하다
드림팀의 진가는 원조를 포함해 2대, 3대에 걸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도 2대 드림팀은 세계 정상급 기량을 뽐냈다. 센터 하킴 올라주원, 샤킬 오닐, 슈터 레지 밀러, 그랜트 힐 등이 참가해 유고슬라비아를 95-69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균 득점 차는 원조 드림팀보다는 줄었지만 32.3점으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대결처럼 보였다.
그러나 3대 드림팀격인 2000년 시드니올림픽 출전팀은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85-75, 10점차로 누르고 간신히 금메달을 획득했다. 사실 이 때부터 미국의 드림팀은 더 이상 드림팀으로서 가치를 잃기 시작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미국은 예선전에서만 2패를 기록하며 망신을 당했다. 준결승전에서는 아르헨티나에게 81-89로 패해 결승 진출조차 이루지 못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총 전적 5승3패였다. 이전까지 NBA팀이 출전해 22승무패를 거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인 성적표다.
래리 브라운 감독이 이끈 2004년 드림팀 멤버는 카멜로 앤서니,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숀 매리언, 카를로스 부저, 에메카 오카포 등 등 NBA에서는 다소 젊은층이었다. 베테랑으로는 팀 던컨, 스테판 마버리, 앨런 아이버슨 정도였다. 미국은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남겼고, 더 이상 드림팀으로 부르지 않았다.
○ 종주국의 옹고집이 만든 패배요인
미국이 아테네올림픽에서 또 한번 망신을 산 데는 국제적인 흐름을 역행한 게 결정적이었다.
NBA는 일찍부터 글로벌화가 추진돼 유럽, 아르헨티나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이들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 자국 국가대표로 항상 출전한다. 미국처럼 국가대표팀을 급조하는 게 아니고 수년 동안 한솥밥을 먹으며 손발을 맞춘다. 전원 프로선수들이지만 국가의 부름에는 주저함이 없다. 팀워크가 앞설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은 대학농구인 NCAA마저도 국제 룰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 룰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른바 골밑의 ‘페인트존’도 올림픽은 넓다. 장신의 센터가 훨씬 유리하다. 미국의 센터는 파워포워드들이 많다. 몸싸움에 익숙하지 않다. NBA는 지역방어를 허용치 않는다. 미국이 개인기는 화려하지만 지역방어가 허용되는 올림픽에서는 존디펜스 적응이 중요하다.
또 외곽슛과 프리드로우에서 유럽이나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뒤진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프리드로우가 약한 편이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의 마누 지노빌리를 보면 된다.
○ ‘세계최강’ 영광 재현하려는 영웅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 미국의 제리 콜란젤로 단장(전 NBA 피닉스 선스 구단주)은 선수 선발부터 신중했다.
현역 최고의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가 처음 대표팀으로 발탁됐다. 코비는 이번 대표팀의 리더다. 마이클 조던, 래리 버드, 매직 존슨처럼 NBA 우승과 올림픽 금메달을 함께 획득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이다.
정규시즌 득점 1위 르브론 제임스 역시 이번에도 참가한다. 지난해 예선전부터 선수들의 변동이 크게 없는 게 베이징올림픽 출전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존디펜스에 익숙한 대학 최고의 감독인 듀크대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이 2005년부터 미국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다.
미국농구대표팀이 아테네의 망신을 베이징에서 갚을 수 있을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LA|문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