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류현진“직접붙어보니자신감”vs“돈도주고패도보여준실속없는평가전”
SK 김성근 감독은 3일 올스타전 때 김경문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감독에게 “김광현의 컨디션이 이미 바닥을 찍었다”고 귀띔해줬다. 김광현을 키워낸 장본인이기에 습성을 소상히 파악했고, 그 정보를 올림픽이란 대사를 앞둔 김경문 감독과 공유한 것이다.
그 예견대로 김광현은 5일 쿠바 대표팀과의 평가전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 2.2이닝을 2안타 2사사구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삼진은 3연속타자 삼진을 포함, 4개를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0km를 잠실구장 전광판에 찍었다.
큰 무대에 설수록 생글생글 웃으며 더 배짱을 발휘하는 김광현의 괴력은 여전했다. 2006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쿠바) 우승과 MVP를 석권한 김광현은 프로 데뷔 첫해인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 리오스를 격침시켰고, 도쿄돔에서 열린 코나미컵 개막전 주니치전에선 일본챔피언을 상대로 승리를 얻었다. 올 3월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도 홀로 2승을 거둬 8년만의 올림픽 티켓을 선사했다.
김광현의 호투에 이어 또 한 명의 좌완 핵심선발인 류현진(한화) 역시 6회부터 2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대표팀은 2-2로 맞선 8회 오승환(삼성)이 연타석 홈런 포함해 4실점하며 2-6으로 패했지만 두 투수의 건재를 확인한 것만큼은 수확이었다.
경기 직후 김광현은 “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실전 등판이어서 전력을 다 했다. 몸이 안 좋았는데 오늘을 계기로 자신감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류현진 역시 “시즌 마지막 두 경기 때보다 나아졌다. 쿠바를 잘 몰라서 긴장했는데 오히려 더 잘 됐다”라고 밝혔다.
김광현-류현진의 호투 전까지만 해도 대표팀 선발진은 불안요소로 지적받았다. 김경문 감독이 5일 셋업맨 임태훈(두산)을 빼고, 선발 윤석민(KIA)을 전격 승선시킨 것도 그 연장선상이었다. 김 감독이 말까지 번복하며 윤석민 카드를 빼내든 표면적 배경은 임태훈의 구위 저하였지만 그 이면엔 김광현-류현진의 동반 컨디션 부진이 자리했다. 아직도 김 감독은 “나쁘지 않았지만 1주일 후에나 올림픽 본선인데 투구감각이 유지될지 걱정”이라며 보수적 견해를 내비쳤다.
이에 대표팀은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투수들을 골고루 가동해 경기 감각을 익히도록 하겠다”라고 복안을 밝혔다. 평가전에서 지나치게 전력을 쏟는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선수 자신이 부상 피하는 법을 가장 잘 안다. 쿠바와 대등하게 해서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다”는 반론을 펼쳤다.
그러나 타국 전력분석요원이 잠실에 운집한 시국에 가진 패를 다 보여준 것이 현명한 전략이냐는 시각은 여전하다. 5일 쿠바전만 해도 한국의 최강무기인 김광현-류현진이 전부 노출됐고, 베스트 라인업 역시 김동주를 제외하면 그대로였다. 6일엔 김동주까지 나온다.
올림픽을 1주일여 앞두고 평가전을 치른 것이 경기감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의구심도 남아있다. ‘돈까지 챙겨주며 한국에 캠프를 차린 쿠바만 좋은 일 시켜줬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김광현-류현진의 구위 회복은 대표팀에 서광이지만 문제는 적들도 그 사실을 눈치챘다는 점이다.
잠실=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