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쓰촨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4000만 명의 사상자가 났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피해 규모다. 중국이 아무리 큰 나라라 해도 정부의 힘만으로는 피해 복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네티즌들, 즉‘왕민’들은 이를 그냥 두지 않고 피해 복구에 너도나도 발 벗고 나섰다. 상부의 결정이나 지시를 그대로 따라야 했던 중국에서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나선 것은 건국 이래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들은 인터넷과 휴대폰을 동원하여 “여기에 큰 일이 벌어졌다. 희망자는 여기로 모여라”는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그 일을 해냈으며, 또 지금 이 시각에도 해내고 있다. 중국의 왕민은 대략 2억 명, 휴대폰 소지자는 이보다 많은 5억 명에 이른다. 이 자체로도 엄청난 파워가 될 수 있는데 이들이 한꺼번에 힘을 합치니 마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왕민의 파워는 이런 구호나 복구 사업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소수의 심사위원들에 의해 진행되던 ‘올해의 가수왕’ 선정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힘이 보태지지 않으면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소비의 트렌드도 이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이들을 규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통역, 안내, 환경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졌다. 올림픽을 거치고 나면 이런 행태는 급물살을 탈 게 뻔하다. 중국은 어느새 통제만이 능사가 아닌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왕민문화를 이끄는 세대는 중국이 ‘1가구 1자녀’ 정책을 시행 후에 태어난 바링허우(80년대 이후 출생)와 천안문 세대(30-40대)다. 특히 89년 천안문 사건 때 앞장섰던 ‘천안문 세대’는 경제성장의 주역이자 소비의 주축이기도 하다. 이들은 소비 주도층 답게 이른바 ‘오자(五子)’를 삶의 목표로 삼고 있다. 오자란 차자(車子: 마이카), 표자(票子: 금), 방자(房子: 마이홈), 아자(兒子: 아들), 위자(位子: 사회적 지위)를 말하는데, 이는 성공의 잣대로도 통한다. 중국의 사회적 변화는 이에 끝나지 않는다. 법의 지배가 강화되고 있어 과거 중국 하면 떠올리던 ‘z시(關係)’가 급속히 사라지고 변호사가 그 자리를 메워가고 있으며, 회계 관련 부분도 투명도를 높여가고 있다. 예전의 중국이 아닌 것이다. 중국은 크게 보면 우리가 얼마 전에 겪었던 과정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파워와 파장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의 변화가 우리에게 반드시 나쁘게만 작용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한번 기대해 보자. 권삼윤 | 역사여행가. 세계 각지에 있는 역사 유적지와 세계문화유산 현장을 여행하며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있다. 최근 중국여행서 ‘거대한 시간의 도시에서 나를 보다’를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