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혁(23·강원도청)의 별명은 ‘사무라이.’ 역시 그는 근성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경기 전, 몸 상태를 묻는 질문에 사재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릎이 좋지 않았고, 전국체전 이후 훈련일은 단 닷새뿐이었다. 그나마 하루 훈련시간은 1시간 남짓. 남자대표팀 이형근 감독은 “올림픽 당시기록(인상163kg·용상203kg·합계366kg)의 80%정도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가자 눈빛이 달랐다. “이름도 잘 모르는 중국선수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대표팀 이희영 코치는 “리하이는 중국에서 성(省) 상비군 대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등록 선수만 1만5000명이 넘는 중국의 역도저변을 본다면 분명 만만한 기량의 선수는 아니었다. 인상에서 156kg을 기록하며 리하이(155kg)을 1kg 앞선 사재혁은 용상에서 192kg을 들었다.
결국 사재혁은 5일 고양꽃전시장에서 열린 2008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 남자 77kg급에서 인상·용상·합계 3관왕에 올랐다.
사재혁은 “오기로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오히려 전국체전(인상154kg·용상187kg·합계341kg)보다 기록이 좋았다. 사재혁의 목표는 2009고양세계선수권 우승. 인상170kg, 용상215kg까지 도전할 생각이다. 세계기록은 인상 173kg, 용상 210kg, 합계 377kg.
이번 대회를 끝으로 올 시즌을 마감한 사재혁은 “삼보전진을 위해 이제 좀 쉬겠다”며 웃었다.
한편 ‘투혼의 역사’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은 인상 135kg 용상 160kg 합계 295kg으로 6위에 올랐다. 전국체전 이후 3주 만에 역기를 잡은 이배영은 “이제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전국체전에만 뛰겠다”고 밝혔다.
고양|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