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이면 하위팀 감독들이 다 떠맡아야 하나.”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코칭스태프 명단에 포함된 김재박(LG) 조범현(KIA) 김시진(히어로즈) 등 현역감독 3명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감독들 사이에 자칫 감정싸움까지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WBC 사령탑에 추대된 한화 김인식 감독은 6일 오후 대전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 하일성 사무총장을 만나 자신이 직접 작성한 코치 6명의 명단을 건넸다. 당초 제1회 WBC에서 호흡이 잘 맞은 김재박 조범현 선동열 감독을 코치진에 포함시킬 계획이었지만 5일 김인식 감독이 제2회 WBC 감독으로 추대되자마자 삼성 선동열 감독이 전화를 걸어 “이번에는 도와드리기 어렵다”며 미리 고사의 뜻을 나타냈다. 결국 김 감독은 투수코치에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을 포함시키면서 타격 및 벤치코치에 김재박, 배터리코치에 조범현 감독을 지명한 것이었다. 7일 KBO로부터 연락을 받은 김재박 조범현 김시진 감독은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상위팀 감독들은 모두 발을 빼는 상황에서 5위 한화 김인식 감독님이 사령탑을 맡고, 6-8위 팀의 감독이 코치를 맡는 것은 모순”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기구단임에도 불구하고 하위권으로 떨어져 절치부심하고 있는 김재박, 조범현 감독은 “힘든 결정을 내린 김인식 감독님을 생각하면 도와드리는 게 도리지만 정말 이번에는 코치로 나가는 게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년에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특히 김재박 감독은 “내년을 위해 정비해야할 것이 많고, 구단 눈치도 보인다. 예의상 1, 2등 감독들이 해야하는 게 아니냐. 생각해보니 가기 힘들 것 같다고 KBO에 얘기했다”면서 이미 고사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시진 감독은 “감독을 맡자마자 스프링캠프를 빠져야하는 상황이라 무척 곤혹스럽다”면서도 “김인식 감독님도 어려운 결정을 하셨고, 여기서 발을 빼면 야구인 전체가 욕먹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구단이 허락하면 대표팀에 합류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김인식 감독 선임으로 순항이 예상됐던 WBC호는 코칭스태프 구성부터 암초를 만나면서 다시 한번 표류할 가능성도 생겼다. 이 과정에서 감독들과 구단들이 서로 비난의 화살을 쏘면서 이전투구를 벌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모처럼 야구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들과 구단들의 이기주의로 야구계 전체가 혼돈 속에 빠져들고 있다. 이재국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