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삼 사태도 일단은 봉합되었고, FA시장도 막을 내리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야구팬들은 끝없는 구단의 이기주의와 KBO의 행정수준을 확실하게 목도했다. 남은 건 상처뿐이지만 그래도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대안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KBO규약을 ‘웃음거리’로 만든 구단의 FA 이면합의는 충분히 비판받았고, 12월 윈터미팅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인 사안은 아니다. 이번 스토브리그의 최대 화두는 누가 뭐래도 ‘히어로즈의 운명’이다.
한국프로야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8개 구단 유지가 필수이다. 유소년 및 아마추어 야구를 위해서도 구단이 줄어드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번 장원삼 사태의 출발도 히어로즈의 재정난 때문이었다. 당사자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은 ‘히어로즈 생존’에 대해 관심이 없다. 자기 구단일이 아닌 것에 대해 신경 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히어로즈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야구가 삶의 일부분’인 팬과 생계가 달려있는 야구인들뿐이라면 과장된 표현일까? 필자가 보기엔 불행히도 사실이다.
지금 히어로즈는 겨우 ‘연명’하고 있다. 2008시즌 유니폼 값과 원정 숙박비도 일부 체납하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창단 시 120억원의 가입금 중 36억원만 냈을 뿐이다. 남은 84억원 중에서 다음달 31일까지 24억원을 납부해야 하고, 나머지 60억원은 내년에 완납해야 한다. 다시 말해 내년에는 구단 연간 운영비(150억원 추산)를 빼고도 남은 분납금(60억원)까지 200억원 이상 필요하다. 최악의 경제 불황은 메인스폰서 확보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히어로즈에게는 안타까운 말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더 이상 구단의 존립이 어렵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일단은 KBO가 직접 나서야 한다. 기억을 1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농협, STX, KT의 현대구단 인수가 무산된 것은 KBO의 설익은 정보 노출 때문이었다. 근원적으로 ‘히어로즈 문제’에서 KBO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현대를 KBO ‘관리구단’으로 운영하면서 이미 130억원을 지출한 상황에서 다시 히어로즈를 ‘관리구단’으로 이끌고 갈 수는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히어로즈가 공중분해라도 선언하면 돌아오는 건 카오스뿐이다.
떠나고자 하는 신상우 총재에게 감히 부탁드린다. 지난 3년의 재임기간은 ‘영욕’의 세월이었지만, 이제 와서 무작정 사표만이 능사는 아니다. 임기가 석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금 그만두나 석 달 뒤에 떠나나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야구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살신성인의 자세로 히어로즈 문제를 해결하고 떠나기를 부탁드린다. 히어로즈는 서울을 연고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가치는 충분하다. 가입금도 다음달 31일까지 24억원을 낸다면 60억원만 남을 뿐이다. 이장석 대표도 구단의 미래와 프로야구를 위해 무상매각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찾아보면 관심 있는 기업은 분명히 있다. 벌써 일부구단은 내년 7개 구단 체제를 염두에 둔 행보마저 보이고 있다. 한국야구행정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지금 KBO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오직 ‘히어로즈 운명’에 대한 해법제시이다.
-전용배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경구를 좋아한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