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홍성흔은끝까지두산전화기다렸다”

입력 2008-11-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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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롯데랑 계약했어.” 딸 화리(4)와 함께 길을 걷고 있던 김정임(34) 씨는 27일 부산에서 걸려온 남편의 전화를 받고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다. 프리에이전트(FA)가 된 남편 홍성흔(31)은 부산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가서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겠다”고만 했었다. 그런데 롯데의 환대에 감동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덜컥 사인해버린 것이다. ○ 친정팀 여유에 ‘벙어리 냉가슴’ 당황한 건 김 씨만이 아니었다. 홍성흔의 잔류를 확신했던 원 소속구단 두산과 두산팬들도 난리가 났다. 김 씨는 28일 “어렵게 결정을 내리고 난 후에도 남편과 나는 두산과 서울을 떠난다는 슬픔이 앞섰다”면서 “처음부터 애들 아빠의 마음은 친정팀을 향해있었다. 하지만 두산에서 마음으로 끌어안아주지 않아 섭섭했다”고 했다. 홍성흔은 입단 첫 해인 1999년부터 두산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팬 사인회, 언론 인터뷰, 방송 출연 등 대외 활동에는 대부분 홍성흔이 대표로 나섰다. 하지만 두산은 우선협상기간이 다 끝나갈 때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김 씨는 “처음부터 ‘네가 어딜 가겠냐’ 하는 분위기였다. 사실 우리는 마지막 날(19일) 밤 11시30분까지 잠도 안 자고 기다렸다. ‘분명 전화가 올 거야’라고 희망을 품었다. 그런데 결국 아무 연락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 낙동강 오리알? “걱정은 없었다” 반면 다른 구단들의 움직임은 적극적이었다. 김 씨는 “시장에 나온 날부터 롯데를 비롯한 몇몇 팀에서 구체적인 제의를 받았다. 다만 두산에 좋은 모양새로 남고 싶어 말을 아끼고 있었던 것 뿐”이라고 했다. 알려진 것과 달리 ‘낙동강 오리알’은 아니었던 셈이다. 특히 롯데는 몇 차례 집 근처로 찾아와 면담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다. 여기에 홍성흔의 마음이 움직인 결정적인 계기도 생겼다. 롯데 관계자를 만나러 25일 김포공항 커피숍을 찾은 홍성흔은 마침 부산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롯데팬들과 맞닥뜨렸다. 그들은 사인을 요청하면서 “롯데에 홍 선수가 꼭 필요하다. 부산으로 와달라”고 입을 모았다. ○ 롯데의 ‘VVIP급 대우’, 홍성흔을 움직였다 롯데는 또 27일 김해공항에 박진웅 사장이 타는 고급 세단을 대기시켰다. 협상 장소인 롯데호텔까지 홍성흔을 안전하게 ‘모시기’ 위해서였다. 구단 관계자가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보스턴에 방문했을 때와 비슷한 대우”라고 농담했을 정도다. 게다가 협상 장소는 ‘VVIP’만 사용할 수 있는 최고급 회의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는 모습에 홍성흔도 마음을 바꿨다. 김 씨는 “부모를 잃은 고아처럼 외로워하다가 새로운 양부모가 따뜻하게 맞아주는 모습에 주저하던 1%의 마음이 사라졌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 새 집 입주도 미루고 ‘부산으로’ 앞으로의 관건은 ‘적응’이다. 첫 딸 화리에 이어 둘째 아들 화철이 태어난 지 불과 2개월. 네 가족이 함께 살 새 집에 24일 입주할 예정이었지만 부산팀 이적으로 인해 없던 일이 됐다. 다행히 부산에는 김 씨의 부모와 언니가 살고 있다. 이미 사직구장 근처에 집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다. 김 씨는 “서울에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었는데 떠나려니 아쉽다. 하지만 남편이 새출발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으니 나도 열심히 내조하겠다”고 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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