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예비군인 베이징올림픽 남자권총50m금메달·10m은메달리스트 진종오(29·KT)는 11월, 경기도 미금교장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았다.
월드컵파이널과 대표팀합숙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던 진종오는 여느 예비군처럼 내심 3박4일을 휴식기로 삼을 요량도 있었다.
하지만 기대는 첫 날부터 무너졌다. 진종오의 이름이 호명되자 동료예비군들의 사인 공세가 시작됐다. 군기(?) 걱정을 하던 교관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선배님들, 이번 훈련에는 한국을 빛낸 진종오 선수도 함께 하니 열심히 해주십시오.” 박수가 이어졌다. 진종오는 만만치 않은 훈련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첫날부터 교관들은 진종오를 선두에 세웠다. 수류탄, 화생방에 시가지전투훈련까지. 진종오는 본의 아니게(?)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사흘째, 마침내 올 것이 왔다. 25m사격. 200만원을 호가하는 오스트리아산 스테이어 명품 권총 대신 진종오의 손에 쥐어진 것은 M-16 소총. ‘과연 사격금메달리스트의 실력은 어떨까.’ 모든 교관들과 예비군의 시선이 진종오에게 쏠렸다. 잘 쏴야 본전, 못 쏘면 망신살의 순간.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이미 올림픽의 부담감을 이겨본 그였다.
영점도 잡지 않고 들어간 사선. 진종오는 단숨에 쏜 6발을 모두 표적에 명중시켰다. 모두들 “역시 진종오”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권총의 가늠자는 소총과는 달리 링이 아닌 막대로 돼 있다. 조준이 광범위하게 되기 때문에 명중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50m권총표적이 사격표적 가운데 가장 큰 이유다. 권총을 10년 넘게 잡아온 진종오에게 조준감이 좋은 소총사격은 식은 죽 먹기였다.
진종오는 “소총은 오랜만에 쏴봤다”면서 “이제 (체면 때문이라도) 예비군 훈련도 긴장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