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맨’ 박찬호(35)가 월드시리즈챔피언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이적해 동부맨이 됐다. 박찬호의 계약 소식은 서울에서 미국으로 날아왔다. 16일(한국시간) 미국 미디어의 보도는 박찬호의 기자회견을 게재한 코리아타임스 인용보도들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제5선발은 ‘스팟 스타터(Spot starter)’로 취급한다. 국내에서는 말하는 ‘땜질’ 선발이다. 이날 MLB.COM도 박찬호를 스팟 스타터로 표현했다. 정확하게 4일 휴식 후 등판하는 선발투수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불펜 대기도 감수해야 한다.
박찬호는 내년 2월 스프링캠프에서 5선발 자리를 놓고 카일 켄드릭(11승9패·5.49), JA 하프(1승·3.69), 마이너리거 카를로스 카라스코와 경쟁해야 한다. 3명 모두 25세 이전의 필리스가 육성하고 있는 영건들이다.
박찬호는 기자회견에서 필리스의 홈구장 시티즌스 뱅크 파크가 작아 고민했다고 밝혔다. 시티즌스 뱅크 파크는 전형적인 ‘히터 프렌들리 파크’다. 좌측 펜스 100m, 우측 펜스 101m의 비대칭 구장이다.
사실 구장의 규격만 놓고 측정하면 다저스타디움에 비해 외야 길이가 길다. 대칭 구장인 다저스타디움의 가장 긴 센터필드는 120m인데 비해 시티즌스 뱅크 파크의 레프트 센터필드는 125m이며 센터필드는 122m다.
그럼에도 시티즌스 뱅크 파크는 ‘히터 프렌들리’로 꼽히고, 다저스타디움은 ‘피처 프렌들리’ 에 속한다. 기후가 고려되는 지역적 환경, 공기와도 연관이 있어서다. 다저스타디움은 4-5월과 9월 밤 공기가 매우 무겁다. 타구가 뻗질 않는다. 시티즌스 뱅크 파크는 기후, 공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 타구가 떴다하면 홈런이 돼버린다.
박찬호가 또 하나 넘어야 할 산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강팀들이다. 박찬호는 아메리칸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기간을 빼면 메이저리그 9년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활동했다. 서부지구는 동부지구에 비해 공격력이 약한 편이다.
서부지구는 2000년 이후 2004년(로저 클레멘스)과 2005년(크리스 카펜터)을 제외하고 8명의 사이영상 수상자를 배출한 지구다. 박찬호는 애틀랜타를 상대로 통산 방어율 5.64, 플로리다에 5.13으로 약했고, 뉴욕 메츠와 워싱턴 내셔널스에는 2.44, 3.55로 각각 좋았다.
미국에서는 필라델피아를 ‘시티 오브 브러더리 러브(The City of Brotherly Love)’로 부른다. 박찬호가 형제애 가득한 필라델피아에서 제2의 전성기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LA|문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