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 점보스가 좀처럼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 전승(5승)을 거두고 화려하게 비상했던 대한항공은 2라운드에 이어 3라운드에서조차 초반 기세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일 인천 도원시립체육관에서 벌어진 NH농협 2008~2009 V-리그 3라운드 삼성화재전에서 1-3(21-25 23-25 25-22 17-25)으로 뼈아픈 패배를 기록하며 선두권 추격의 기회를 놓치고 3위를 지켰다. 삼성화재의 외국인 용병 안젤코(26)는 이날 ´높이´를 앞세운 대한항공을 상대로 29득점을 몰아치며 무서운 공격력을 뽐냈다. 아쉬운 경기력을 보이며 14득점에 그친 대한항공의 주포 칼라(25)는 경기 도중 왼 발목에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경기를 뛰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삼성화재의 벽은 높았다. 대한항공은 1라운드에서 보여줬던 막강한 공격력과 집중력을 살리지 못할까? 진준택 대한항공 감독(60)은 "한 방이 필요한 순간에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칼라의 부진이 아쉽다"며 "아직 한국 배구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칼라는 1라운드 LIG손해보험과의 개막전(3-0 승)에서 22득점을 몰아치며 한국 프로배구 데뷔전을 화려하게 치러냈고, 이후 출전한 세 경기에서도 평균 17득점을 올리는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쳤다. 물론, 칼라는 2라운드 경기당 평균 15.4점을 기록하는 다소 아쉬운 하락세를 보였으나 대한항공의 부진은 칼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각 팀들 간의 사전 전력탐색전이라고 할 수 있는 1라운드에서 맹활약해 준 ´토종 라이트 공격수´ 김학민(24)의 득점력 감소도 진 감독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는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다. 지난 시즌 ´브라질 괴물´ 보비(30)의 그늘에 가려 능력을 펼치지 못했던 김학민은 1라운드 두 번째 경기였던 현대캐피탈전에서 21득점을 기록하며 당당히 ´1라운드 베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신협상무전과 삼성화재전에서 각각 21득점과 20득점을 올린 김학민은 대한항공의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김학민은 2라운드 들어 23득점을 올린 현대캐피탈전(1-3 패)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1라운드에서 보여줬던 맹위를 떨치지 못했다. 다른 팀들의 외국인 선수들과 포지션이 같은 라이트 공격수 김학민은 삼성화재전(7득점), KEPCO45전(11득점), LIG손해보험전(5득점), 신협상무전(10득점)을 거치면서 자신감을 많이 잃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 세터 한선수와 선수들간의 호흡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칼라의 타점 높은 공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볼 세트가 빠르고 공 끝이 살아있어야 하지만 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칼라와의 완벽한 호흡은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선수간 호흡을 맞춰 대한항공만의 배구를 펼쳐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점이 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더욱이 한선수(24)는 칼라와 호흡에 열중하다 보니 잘 맞춰오던 김학민과의 콤비네이션에서도 간간히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진 감독 또한 "한선수는 기복이 좀 심한 편이다"고 지적했다. 김학민은 한선수와의 호흡에 대해 "속공을 시도하려다 보니 가끔 호흡이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연습을 통해 보완하고 있고 좋아질 것이다"며 확신을 보였다. 중추적인 역할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선수들이 전반적인 부진으로 또 한 번의 패배를 맛본 대한항공, 하루 빨리 분위기를 쇄신해 상승기류를 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