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패를)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빙속 간판´ 이규혁(31. 서울시청)은 오는 17, 1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009 세계스프린트스피드빙상선수권대회(이하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에서 이 대회 3연패를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규혁은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9일 제39회 회장배전국남녀빙상경기대회 남자 1500m에 출전할 계획이다.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에서 펼쳐지는 세부 종목은 500m와 1000m이기 때문에 그가 이번 회장배 대회 1500m에 출전한다는 소식에 일부 팬들은 의아해하기도 했다.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은 500m와 1000m 두 종목 기록을 합산해 최종 순위를 가리는 대회로서,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500m, 1000m)에서는 종목별 세계선수권이나 월드컵보다 위상이 높은 대회이기도 하다.
이규혁은 8일 오후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내 국가대표팀 라커룸에서 사이클 훈련을 하면서 1500m에 출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1500m는 스프린트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출전하는 것"이라며 스프린트 대회 준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에서 이규혁은 지난 2006~2007, 2007~2008시즌 두 번 연달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권 선수로서 스프린트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이규혁뿐이고,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3연패를 이룬 선수는 에릭 하이덴(51. 미국), 이고르 젤레좁스키(46. 벨로루시) 등 단 2명에 불과하다.
이규혁은 "국민들께서 많이 기대해 주셔서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이미 두 번 우승을 해봤기 때문에 (3연패를)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라이벌 제레미 워더스푼(33. 캐나다)이 부상으로 결장한다는 점은 이규혁의 대기록 달성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규혁은 "500m와 1000m 두 종목 다 수준급에 올라있는 선수들은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라며 워더스푼의 부재로 자신이 유리해졌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규혁은 "열심히 해서 내가 가진 기량을 다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스피드스케이팅의 인기가 시들한 것에 대해서는 "같은 동계 종목인 피겨스케이팅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여전히 비인기종목"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는 "스피드스케이팅은 빙상의 대표 종목으로서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규혁은 이영하(52), 배기태(44), 김윤만(36) 이후 스피드스케이팅계의 대들보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답게 뚜렷한 주체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는 "2009년은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을 1년 앞둔 해다. 후배들이 열심히 해서 지난 2~3년간 세계 정상에도 오르는 등 (벽을)넘어섰다. 기대해도 좋다"며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점쳤다.
이규혁을 위시한 대표팀 7명과 코칭스태프는 10일 오후 1시25분 인천발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대한항공 905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떠난다.
독일에서 적응훈련을 마친 대표팀은 13일 독일 베를린을 떠나 결전지인 러시아 모스크바로 입성한다.
다음은 2009세계스프린트스피드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대표선수들의 한 마디이다.
▲이강석(24. 의정부시청)-시즌 초반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훈련을 못했다. 하지만 일본 나가노에서 열렸던 월드컵 5차 대회에서 5등을 하는 등 전보다 나아졌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점점 나아질 것이다. 지난 해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에서는 종합 10등을 했다. 올해는 500m에서 1등을 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 동계올림픽 때는 국민들께서 2008베이징올림픽 때만큼 큰 성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문준(27. 성남시청)-지난해 11월초 베를린에서 열렸던 월드컵 1차대회를 앞두고 연습하다가 출발 동작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했다. 아직 다 안 나았다. 시즌 도중에 다친 것은 오랜만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은 할 것이지만 솔직히 좋은 성적은 기대하지 않는다. 참가에 의의를 둘 것이다. 2월 하순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출전할 듯하다. 그 때까지 회복에 힘쓰겠다.
▲이기호(25. 서울시청)-종합 10위권에 진입하는 것과 시즌 최고 기록을 세우는 것이 목표다. 작년 이 대회 대표선발전에서는 아쉽게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요즘 김연아의 인기가 대단하다. 하지만 같은 빙상 종목인 스피드스케이팅에도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 지금 열리고 있는 회장배도 스피드스케이팅계에서는 큰 대회인데 팬들의 관심은 많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중계방송도 꾸준히 해주셨으면 한다. 스피드 경기에서는 뒤로 갈수록 강한 선수들이 나온다는 점을 알고 관전하면 재미있다.
▲이상화(20. 한체대)-월드컵 대회에 나가듯이 500m에 주로 집중할 것이다. 종합 10위권이 목표다. 2009년은 올림픽을 1년 앞둔 해라 심적 부담도 있다. 지난 해보다 운동 강도도 세어질 것이다. 예전에는 예니 볼프(독일)와 번갈아가면서 1, 2등을 했다. 그런데 올해는 기록차가 0.5초나 된다. 당장 1등을 하는 것보다는 예니 볼프의 기록에 근접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 스피드스케이팅은 비인기 종목이고 지금은 피겨에 묻혀 인기가 더 낮아졌다. 동계올림픽 시즌이니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이보라(23. 단국대)-내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종합 10위권에 드는 것이 목표다. 아버지께서 항상 뒷바라지해주시고 성적이 안 좋을 때는 나보다 더 속상해하신다. 이번 대회에서는 아버지께 더 나아진 실력을 보여드리고 경험도 쌓고 싶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안지민(16. 이화여고)-국가대표로서 갖는 첫 경기라 특별한 목표는 없다. 그냥 (스케이트를)잘 타고 싶다. 이번 대회를 통해 내가 현재 세계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하고 싶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