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도 하겠다고? 이치로, 나서지마.’ 투수가 되고픈 스즈키 이치로(36·시애틀)의 꿈이 또 공상으로 끝날 것인가. 최근 닛칸스포츠 등 일본 언론에 1면 톱기사로 대서특필된 이치로의 불펜 피칭 소식을 접하고 시애틀 구단은 기겁을 한 듯하다. 왜 저렇게 객기를 부리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시각이다. 잭 즈두리엔식 시애틀 단장은 12일(한국시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홈페이지에 “이치로가 던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돈 와카마쓰 감독 역시 “현실이 아니라 프로파간다(선전)”라고 촌평, 확대해석을 차단했다. 그러나 이치로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으로 투수에 집착하고 있다. 지난주 일본 고베 훈련 중 56구를 던졌는데 이 중 시속 92마일(148km)짜리 강속구도 있었고, 커브도 던졌다. 실제 이치로는 일본 오릭스 시절 올스타전에 투수로 깜짝 등판했었고, 포크볼도 던질 줄 안다고 한다. 이치로는 지난해에도 연장전이 15회까지 흘러 투수가 없자 등판을 자원하는 해프닝을 일으켰다. 그러나 짐 리글맨 감독은 백업 포수를 등판시켰다. 이치로는 2001년 미국 진출 이래 루 피넬라-봅 멜빈-마이크 하그로브-존 매클라렌-짐 리글맨 등 감독이 바뀔 때마다 ‘투수를 시켜달라’고 떼를 써왔다. 그러나 전부 ‘NO’였다. 신임 와카마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하라 다쓰노리 WBC 일본 감독은 이런 떼를 받아줄 모양새다. ] 결과적으로 ‘호시노는 안 된다’란 이치로의 독설에 편승해 WBC 사령탑에 취임한 하라는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이치로를 투수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즈두리엔식 단장은 “그러한 ‘긴급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얼마나 현실적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현명한 생각은 아니다”고 언급, 하라 감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3년 전 제1회 WBC를 앞두고 “(한국이)30년 동안 일본을 넘볼 엄두를 못 내게 해주겠다”라고 입으로 도발한 이치로가 지금은 몸으로 경쟁국을 자극하고 소속팀의 속을 뒤집는 형국이다.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