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실패는 없다.´ 남자프로배구 ´꼴찌´ KEPCO45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다. KEPCO45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한빛홀에서 임대환 단장과 차승훈 감독대행(39)을 비롯한 구단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향후 구단 경영방침과 다음 시즌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올시즌 야심차게 프로화를 선언하며 힘차게 출발한 KEPCO45였지만, 프로배구 출범 이후 최다 연패인 25연패 기록을 작성하며 가장 암울했던 시즌을 보낸 팀으로 기억에 남게 됐다. 4승31패. 123일 간의 치열했던 프로배구 NH농협 2008~2009 V-리그 정규리그 일정을 마친 KEPCO45가 받아든 성적표다. 시즌 성적은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KEPCO45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최근 불어 닥친 경영 위기를 감안하더라도 팀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임대환 단장은 "어려움이 있지만 팀이 유지돼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프로 팀다운 기강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도약하겠다"고 굳은 다짐을 밝혔다. 이어 그는 "향후 KEPCO45의 전력 보강을 위해 독일에서 뛰고 있는 문성민을 불러들이는 것과 용병 영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KEPCO45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시즌이었다. 올시즌 프로화를 선언하며 전체 1순위와 2라운드 1~3순위 지명권을 확보했지만, 최대어 문성민(23 프리드리히샤펜)이 독일 잔류를 선택해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며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더욱이 구단의 모기업인 한국전력이 지난해 창사 이래 사상 초유의 적자발생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되는 바람에 성적부진의 해결책으로 제시됐던 용병 영입에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나 구단 측도 팀 하락을 수수방관하며 그저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오랜 기간 한국전력에 몸담고 있던 공정배 감독(47)을 해임하는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부진을 거듭하고 있던 선수들에게 감독 경질이라는 철퇴는 곧 자극제가 됐고, 결국 공 감독이 물러난 지 3일 만인 지난달 21일 신협상무를 3-1로 꺾고 지긋지긋한 연패의 늪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차승훈 감독 대행은 "자신감을 잃어버린 선수들이 첫 승을 따낸 뒤 확연하게 달라졌다. 신협상무전이 일종의 고비였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신협상무를 꺾고 연패 탈출에 성공한 KEPCO45는 지난 5일 선두를 달리고 있던 현대캐피탈을 3-1로 잡고 시즌 두번째 승리를 맛봤고, 22일 LIG손해보험(3-1), 24일 삼성화재(3-1)를 낚았다. 현대캐피탈전 승리는 KEPCO45에 다음 시즌에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여세를 몰아 일궈낸 시즌 막판 2연승의 의미도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차 감독대행은 "아무래도 프로팀을 상대로 그것도 선두를 달리고 있던 현대캐피탈을 꺾었을 때가 신협상무를 상대로 첫 승을 거뒀을 때 보다 더욱 기뻤다"고 말했다. "경기 전에 올시즌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고 밝힌 차 감독대행은 "선수들이 2연승을 거뒀다는 점을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올시즌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 KEPCO45가 희망적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음 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신생´ 우리캐피탈에 우선지명권을 1~4 순위까지 넘겨줘야 하기 때문에 선수 구성이 쉽지만은 않다. 더욱이 팀의 주포 양성만(27)이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 전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다행히 신협상무의 간판 세터로 활약했던 김상기(28)가 오는 4월5일 군복무를 마치고 원소속팀인 KEPCO45로 복귀해 어느 정도 전력이 보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얇은 선수층에 대한 문제는 KEPCO45가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하는 큰 과제다. 공기업의 예산집행 투명성 등, 스타 선수 및 용병영입에 있어 타 구단들보다 불리한 여건에 놓여있기는 하지만 KEPCO45가 올시즌 같은 수모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해결사´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문성민과 용병 영입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KEPCO45가 구단 측의 아낌없는 지원에 힘입어 다음 시즌 더 활기찬 도약을 일궈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