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난번에 얼마나 욕을 먹었는지 알아? 팔꿈치로 형 살짝 쳤더니, 뒤에서 ‘누가 우리 (이)상민(37) 오빠 건드리냐’고 호통을 치더라.”
2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2009동부프로미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 창원LG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 전, LG 현주엽은 이상민(37)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퇴행성 요추질환에 시달리지만 마음만은 늘 푸른 ‘오빠.’ 이상민은 정규시즌에서 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는 이틀 연속으로 팀 훈련에 매달렸다. 플레이오프에만 10번 출전(우승3번)한 만큼 1차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 지난 시즌까지 총 24회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의 4강 진출 확률은 무려 95.8%(23/24)였다.
삼성은 정규시즌에서 LG에 2승4패로 열세였다. ‘주포’ 테렌스 레더는 제 몫을 했지만 외곽이 문제였다. 이상민은 “(이)규섭가 살아나야 승산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상민의 바람처럼 3쿼터까지 삼성의 공격은 이규섭(23점)이 주도했다.
정규시즌에서는 LG의 신인 기승호에게 압도당하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3쿼터까지만 20득점. 외곽에서만 어슬렁거리던 모습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골밑공격옵션까지 추가한 것이 적중했다. 이규섭은 “오늘도 잘 못하면 내가 정말 독박을 쓰겠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레더(27점·13리바운드) 뒤를 받쳤다.
3터까지 66-56으로 리드하던 삼성은 4쿼터 초반 위기를 맞았다. LG 기승호와 이현민에게 연속 3점포를 허용하며 66-62, 턱밑까지 쫓긴 것. 4쿼터 시작 1분10초 만에 작전타임을 부른 삼성 안준호 감독은 강혁 대신 이상민을 기용했다.
이때부터 4분간, 이상민(13점·5어시스트)은 “몸이 옛날 같지 않다”던 경기 전 고백이 무색할 정도의 맹활약을 펼쳤다. 골밑 레이업 슛과 3점포로 5연속 득점. 이어 이정석의 3점 슛을 어시스트. 77-63으로 앞선 4쿼터 3분50초경에는 또 한번 3점 슛을 꽂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종료 4분54초를 남기고, 5반칙으로 코트를 물러나자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영원한 오빠’를 격려했다. 결국 90-82로 승리한 삼성은 4강 진입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잠실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