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프리토킹]중남미출신빅리거선구자미노소

입력 2009-04-13 23: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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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세타자, ML에라틴정열심다
2009년 현재 메이저리그 등록 선수로 살펴본 국가 분포도는 다국적 성향이 강한 미국의 특징이 그대로 반영된다. 외국 출신 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그나마 05년 29.2%보다 약간 줄어든 수치이다. 이들 중 역시 중남미 국가들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81명의 도미니카공화국을 시작으로 베네수엘라(52명), 푸에르토리코(28명), 멕시코(14명) 등으로 상위 4위까지 모두 중남미 국가 출신들이 점하고 있다. 선발 출장하는 선수를 기준으로 하면 이 수치는 한층 높아지게 된다. 9명의 선발 라인업 중 4-5명이 중남미 출신인 팀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로 군림하는 앨버트 푸홀스, 매니 라미레스, 알렉스 로드리게스, 요한 산타나, 카를로스 삼브라노, 핸리 라미레스 등 중남미 국가에 뿌리를 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이들에게도 마치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거인 재키 로빈슨과 같이 메이저리그 등용의 문을 활짝 열어준 선수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1947년 브루클린 다저스에서 데뷔하며 피부색의 장벽을 무너뜨린 선구자로 ‘재키 로빈슨 데이’를 지정하여 각 구장에서 기념 행사를 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중남미 출신의 ‘재키 로빈슨’은 누구일까. 일단 최초의 중남미 선수는 내셔널리그의 전신인 내셔널 어소시에이션 소속의 트로이 헤이메이커에서 뛰었던 쿠바 출신의 에스타반 벨란을 꼽는다. 그 때가 1871년이었다. 1900년 이후로는 1902년 콜롬비아 출신이며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 소속이었던 루이스 카스트로를 인정한다. 그 이후에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여러 라틴 플레이어를 찾을 수 있지만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피부색이 짙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면 피부색만 짙지 않으면 야구팬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짙은 피부색을 가진, 진정하게 피부색의 장벽을 넘은 라틴 플레이어는 1949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데뷔한 미니 미노소를 꼽을 수 있다. 쿠바 아바나 출신인 미노소는 ‘쿠바 혜성’이라는 별명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메이저리그에서 아주 특이한 17년간의 경력을 보냈다. 더욱 별난 기록은 10년을 주기로 연대별로 따지면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무려 5세대를 뛴 선수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기록이 나왔을까. 그의 전성기는 50년대 초반부터 60년대 초반까지이고 통산 1963안타, 0.298의 타율, 186홈런, 1023타점, 1136득점, 205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3루수와 외야수를 맡았으며 3차례의 도루왕, 9차례의 올스타, 3차례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으며 8차례나 3할 이상을 기록한 공수주를 고루 갖춘 선수였다. 그러나 기록적으로도 뛰어났고, 피부색의 장벽을 넘은 첫 라틴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미노소는 그리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그가 은퇴한 것은 1964년이다. 그런데 1976년 50세의 나이에 시카고 화이트삭스 지명타자로 8차례 타석에 섰다. 그리고 1980년 54세의 나이에 다시 같은 팀 소속 으로 2차례 더 타석에 설 기회를 잡았다. 결국 이런 기록으로 그는 40년대에서 80년대까지 뛴 선수가 되었다. 그가 그 늦은 나이에 이렇게 타석에 설 기회를 잡은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메이저리그 은퇴 선수 연금을 더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였고, 또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64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이후 멕시칸리그 등에서 계속된 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 미국 생활에도 불구하고 미노소는 극히 제한적인 영어만 구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볼’, ‘글러브’, ‘배트’, 그리고 ‘노 스피크 잉글리시’ 정도만 영어로 말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와 선수 생활을 함께 했던 그 어떤 선수도 그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그라운드에서 펼쳐 보인 기량 에 의문부호를 달지 못했다. 2001년 올스타전 양대 리그의 선발 출장 20명을 살펴보면 전체 40%인 8명이 중남미 출신 선수였다. 이는 선발로 내정됐지만 부상으로 출장을 하지 못했던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제외한 수치이다. 현대 메이저리그 야구에서 중남미 선수가 없는 모양새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만큼 이들의 기량이나 차지하는 비중이 실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출발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미니 미노소의 메이저리그 활약과 열정은 선구자적으로 ‘라틴의 재키 로빈슨’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고 믿는다. 송재우 |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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