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뭉쳐야뜨는노조,아직은삐거덕

입력 2009-05-04 19: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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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 손민한 회장(롯데·앞줄 왼쪽에서 4번째)과 SK 박경완(앞줄 오른쪽 끝) 등 8개 구단 프로야구선수노조 설립추진위원들이 기자회견에 앞서 단체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선수노조추진…현상황과전망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회장 손민한·이하 선수협)가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노동조합설립추진위원회 1차 회의를 열었다. 베일에 가렸던 8개 구단 선수 대표들의 면면이 공개된 가운데 손민한 회장은 회의를 마친 뒤 “선수 대표들이 모여 노조 설립에 대한 뜻을 재차 확인했다”고 밝혔다. 선수협은 또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으로 내정된 이상국 전 사무총장에 대한 부적합 의견을 담은 성명서를 채택했다. 성명서에서 선수협은 “이상국씨가 누구인가? 2000년 선수협의 출범을 집요하게 방해하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끊임없이 선수협을 탄압해왔던 인물 아닌가?”라며 KBO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날 회의는 적잖은 진통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선수협 권시형 사무총장은 “노조 설립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충분히 확인했다”면서도 “아직 찬반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선수협은 18일 노조설립추진위 2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닻은 올렸지만…벌써 균열 조짐? 선수협은 지난달 28일 긴급 기자회견에서처럼 이날도 각 구단 대표로 참여한 추진위원들이 “노조 설립에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회의 참석자들은 물론 사태를 관망중인 각 구단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A선수는 “노조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나는 억대 연봉자라 사실 노조와는 상관없다. 구단 대표자로 선정돼 참석했을 뿐”이라는 모호한 입장을 털어놓았다. B구단 관계자도 “우리 팀 선수들은 이미 자체 모임을 갖고 노조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 회의에 참석한 선수들도 구단별로 대표자를 내달라는 선수협의 요청을 받고 (그냥)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직 찬반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권시형 총장의 발언과도 맥이 닿는 얘기들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2000년 1월 선수협 태동 당시처럼 ‘LG와 삼성 선수들은 (선수협과) 한배를 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노조 불참(선수)을 선언하거나 노조 반대(구단)를 선언할 수 처지에서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라는 전망이다. ●KBO “언제든 대화 용의” KBO는 여전히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며 기존의 대화 채널을 가동, 선수협의 요구사항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KBO 이상일 총괄본부장은 4일 “지난달 30일 (KBO) 이사회 직후 권시형 총장과 통화해 수요일(6일)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일단 대화의 물꼬를 터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그러나 이상국 내정자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에 대해서는 “KBO의 인사권은 선수협에서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선수협이 넘어야 할 산들은? 노조 설립을 향한 본격 행보를 내딛기는 했지만 선수협이 안팎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은 만만치 않다. 우선 ‘거사’를 시즌 도중 도모하는데 따른 부담이 크다. 사전 충분한 선수 여론 수렴절차가 부족했던 탓인지 실제로 이날 회의는 ‘단순 설명회’에 그친 낌새다. 선수협은 대표자급 선수들을 대상으로는 4월 이전에 노조 설립의 필요성을 알렸다고 했지만 C선수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듣기 위해 오늘 회의에 참석했다. 팀에 복귀해 선·후배들에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WBC로 불붙은 야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도 시즌 도중 노조 설립 추진에 따른 반작용이다. 아울러 선수협은 이날 회의 뒤 이상국 내정자의 과거행적을 문제 삼고, 일부 정치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수년 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상국 전 총장의 전력을 거론하려면 ‘병역비리에 연루됐다가 복귀한 선수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또 아직 선수들의 총의도 모으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권을 동원’한 저의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가 개입하면 될 일도 안 되는’ 우리 사회의 구태를 선수협의 일부 세력이 답습하고 있지 않느냐는 충고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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