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규, 천당-지옥 왔다갔다

입력 2009-10-18 17: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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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동해오픈 2R 홀인원 선두…최종일 퀸튜플보기 범해 추락
일이 아주 잘 풀리다가 최악의 상황으로 내 몰릴 때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한다. 18일 열린 신한동해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출발한 한민규(25·삼화저축은행)가 그랬다.

2라운드에서 홀인원의 행운에 우승까지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섰지만 4타차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자멸했다. 우승의 꿈도 날아갔다.

단독 선두로 출발한 한민규는 경기 시작과 함께 타수를 까먹기 바빴다.
9개 홀에서 버디는 2개에 그치고,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 퀸튜플보기 1개로 무너졌다. 무려 7타를 잃었다.

한민규는 16일 펼쳐진 2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9홀에만 홀인원과 이글, 버디를 쓸어 담으며 펄펄 날았다. 이날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당초 4라운드 72홀 플레이로 펼쳐질 예정이던 대회는 1,2라운드에서 짙은 안개로 경기를 3라운드 54홀 플레이로 축소했다.

이 때문에 4타차 선두로 2라운드를 마친 한민규의 우승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우승이 없던 한민규는 경험부족의 한계를 드러내며 우승의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다. 4번홀(파4)에서 터진 퀸튜플보기(quintuple bogey)가 치명타였다. 첫 번째 티샷이 왼쪽 숲으로 날아가 OB가 됐고, 세 번째 친 티샷마저 오른쪽으로 밀려 다시 OB가 됐다. 결국 일곱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렸고, 2퍼트로 마무리해 규정타수보다 5타를 더쳤다.

퀸튜플 보기는 아마추어 경기에선 보기 힘든 성적이다.
대개는 쿼드러플보기(더블파)에서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 경기에서는 제한이 없다. 홀 아웃을 하기 전까지 모두 기록한다.

국내 대회 사상 한홀 최다 타수 기록은 17타다. 김창민(39)은 2007년 제주 제피로스 골프장에서 열린 토마토저축은행 2라운드 5번홀(파4)에서 연속해서 OB를 6개 하고 17타 만에 홀 아웃했다. 타수를 세기도 힘든 성적이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한꺼번에 무너지는 이유는 심리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
데뷔 이후 첫 우승을 눈앞에 뒀던 한민규는 마지막 날 위창수(37·테일러메이드), 김대현(21·하이트)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했다. 처음이다.

챔피언조에 쏠리는 팬들의 관심은 뜨겁다. 이날도 수천 명의 갤러리가 챔피언조를 따라다니며 관전했다. 한민규로서는 낯선 풍경이다. 첫 우승에 대한 부담도 무거운 짐이 됐다. 롤러코스터를 탄 끝에 8타를 까먹은 한민규는 우승컵 없이 홀인원으로 받은 외제승용차에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용인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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