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출전권 막차→신한동해오픈 우승
지난해 3만원 차이로 투어 시드권 마지막 자리를 따냈던 ‘막차 탄 사나이’ 류현우(28·테일러메이드)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25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7억원)에서 무명 돌풍을 일으키며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류현우는 18일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 골프장 남코스(파72·7544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는 2개로 막고 버디 6개를 쓸어 담으며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로 김대현(21·하이트)을 1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유현우는 우승상금 1억5000만원을 거머쥐며 상금랭킹 6위로 뛰어올랐다.
14번홀(파5)부터 이어진 4개홀 연속 버디가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경기 중반까지 우승 후보에 들지 못했던 류현우는 14번홀에서 버디를 뽑아내면서 상승세의 발판을 마련했다.

15번홀(파3)에서는 칩샷이 홀에 들어가는 행운까지 따랐다.
16번홀(파5)까지 연속 버디를 챙긴 류현우는 17번홀(파4)에서 20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공동 선두에 올랐다. 뒤에서 플레이한 김대현은 이 홀에서 보기를 기록해 선두 자리를 내줬다.

2007년 대기자 신분으로 정규투어에 출전한 류현우는 지난해 가까스로 커트라인인 상금랭킹 65위에 올라 올 시즌 출전권을 확보했다. 66위와 상금 차는 고작 3만원이었다. 류현우는 이 대회전까지 빠짐없이 경기에 나섰지만 상금 4996만원으로 31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한중투어 KEB인비테이셔널 3위와 조니워커블루라벨오픈 5위가 올 시즌 가장 좋은 성적이다.

류현우는 “김대현 선수의 퍼트 장면을 보면서 연장을 준비했다. 이전 대회에서 김대현 선수가 자주 짧은 퍼트를 놓치는 걸 봐왔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생각도 했다.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고생하신 부모님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고 말했다.

KEB인비테이셔널에서 4전5기 끝에 첫 우승을 차지했던 김대현은 퍼트 실수에 고개를 숙였다. 14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놓고도 3퍼트로 파에 그친 게 뼈아팠다. 최소한 버디만 기록했어도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조급해진 김대현은 17번홀(파4)에서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다. 또 다시 3퍼트로 보기를 적어내 역전을 허용했다. 경기 중반 3타차까지 앞서나갔지만 자멸한 꼴이 됐다. 그동안 잦은 퍼트 실수로 우승을 놓쳐왔던 김대현은 이번 대회에서 또 다시 퍼트 난조로 ‘새가슴’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위창수(37·테일러메이드)는 이글 1개와 버디 3개를 뽑아냈지만 더블보기 1개, 보기 4개에 발목이 잡혔다. 14번홀(파5) 이글로 공동 선두에 올랐지만 16번홀(파4)에서 티샷을 OB 구역으로 날려 보내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이날만 1타를 잃어 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로 3위로 경기를 마쳤다.

2년여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은 이날 1타 밖에 줄이지 못하면서 합계 5언더파 211타로 공동 10위에 만족했다.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 챔피언이 된 후 금의환향한 양용은은 수 만여 명의 갤러리들을 몰고 다니는 인기를 누렸다.

양용은은 “오랜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해 우승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오늘 많은 갤러리들이 찾아왔다. 금의환향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뒤 곧바로 미국으로 떠난 양용은은 21일부터 메이저 대회 우승자들만 출전하는 PGA 그랜드슬램에 출전한다.

PGA 투어의 맏형 최경주(39·나이키골프)는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4언더파 212타로 공동 12위에 올랐다. 최경주는 아시안투어 출전을 위해 19일 말레이시아로 떠난다.

용인|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