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플러스] 가빈 43점 팡!팡!…괴물이 나타났다

입력 2009-11-0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삼성화재 가빈(정면 얼굴)이 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NH농협 V리그 개막전에서 현대 후인정 윤봉우의 블로킹을 뚫고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대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을 터. 현대캐피탈과의 부담스러운 라이벌전을 앞둔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승부가 ‘용병 활용’에서 갈린다고 내다봤다. 두 팀 모두 주력들의 줄 부상으로 풀 전력 구성이 어려운 상태였다.

1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09∼2010 프로배구 V리그 개막전. 신 감독은 일본으로 떠난 안젤코의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새로이 영입한 라이트 가빈 슈미트(23·캐나다)를 꼽았다.

실제로 그랬다. 주요 순간마다 가빈이 있었다. “(가빈의) 공격 성공률이 53%만 넘어주면 이길 수 있다”던 신 감독의 예상처럼 코트를 종횡무진 누볐다. 이날 가빈이 기록한 공격 성공률은 59.70%. 또 팀이 올린 전체 득점의 60%가 넘는 43득점을 휩쓸었다. 한때 농구 스타의 꿈을 키웠던 그의 타점 높은 스파이크에 상대는 속수무책이었다. 삼성화재의 3-1 승.

보다 놀라운 것은 현대캐피탈이 자랑하는 ‘높이’를 무력화한 블로킹. 삼성화재는 총 5개의 블로킹(현대캐피탈 5개)을 잡았는데, 그 중 3개가 가빈의 몫이었다. 특히 세트스코어 1-1에서 맞은 3세트 중반, 14-12에서 가빈이 상대 주포 앤더슨의 오픈 공격을 가로막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앤더슨은 20득점(공격 성공률 50%)을 올리는 등 좋은 활약을 했지만 가빈에는 미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도 “우리가 못한 것도 있지만 가빈이 워낙 뛰어났다”고 호평을 주저하지 않았다. 신 감독은 “범실이 조금 많았지만(14개) 팀 공격의 대부분을 책임지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며 “안젤코보다 발이 느리지만 ‘높이’에서 강하다. 매일 줄넘기를 하며 빠른 스텝을 키워가고 있다. 공수 모든 면에서 노력하는 용병”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빈에 대한 선수단의 신뢰도 대단하다. 먼저 동료들에 다가설 줄 아는 전형적인 ‘한국형’ 용병. 주력 대부분이 30대 초중반을 이룬 가운데 가장 어린 가빈은 벌써 간단한 한국말을 익혔다. “형”이라고 부르며 스스럼없이 따라오는 그를 동료들도 아낄 수밖에. 최태웅은 “코트 안팎에서의 (가빈의) 적응력이 대단히 뛰어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물론 외국인선수답게 ‘자유로운 성향’은 종종 구단 내에서 화제거리가 되곤 한다. 이날 경기에 앞서 워밍업을 할 때도 가빈은 신 감독에게 “음악을 들으면서 몸을 풀 수 있느냐”고 물었다. 신 감독도 당연히 ‘OK’. “네가 잘할 수 있다면 뭐든 해줄 수 있다.” 가빈은 “어릴 적 농구를 하다 고교 시절 어머니의 권유로 배구로 전향했다”며 “1점차 접전이 이어진 2세트부터 적응할 수 있었다”고 첫 경험 소감을 털어놨다.

대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