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업맨 박찬호 필리스 구했다

입력 2009-1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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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스포츠동아DB

WS 5차전 8회초 리드 상황서 출격·양키스 세타자 셧아웃…V징검다리
필라델피아 필리스 박찬호(36)가 월드시리즈 3경기 출장 만에 가장 빼어난 피칭으로 미 주류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박찬호는 3일(한국시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계속된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8회 선발 클리프 리에 이은 셋업맨으로 등판해 3타자를 완벽하게 처리하며 8-6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구원투수 박찬호 입장에서는 이기는 상황에서의 등판도 처음이며, 월드시리즈에서 셋업맨으로의 출격도 처음이다.

그동안 2차례 등판이 모두 패한 경기여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5차전에서는 승리의 징검다리 역할로 몸값이 한껏 올라갔다. 필리스는 선발 리의 역투와 체이스 어틀리의 2홈런 4타점 활약으로 귀중한 승리를 챙겨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뉴욕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게 됐다. 어틀리는 월드시리즈에서만 5개의 홈런으로 1977년 레지 잭슨의 시리즈 최다 5홈런과 타이를 이뤘다.

1차전 승리투수 리는 8-2로 앞선 8회초 조니 데이먼을 유격수쪽 내야안타, 이어 마크 테셰라마저 좌익선상 2루타로 출루시키며 흔들렸다. 그러나 점수차가 커서인지 필리스 찰리 매뉴얼 감독은 다음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와의 정면승부를 택했다. 타격감이 오른 로드리게스는 리의 초구를 강타해 좌익수 라울 이바네스의 글러브를 스치는 2루타로 주자를 모두 불러 들였다. 스코어 8-4.

매뉴얼 감독은 올 포스트시즌에서 7경기를 역전승으로 일궈낸 양키스의 저력을 감지하고 곧바로 불펜의 박찬호를 불렀다. 통상적인 패턴이었다면 8회라 라이언 매드슨이 등판하고 9회 브래드 릿지가 나오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전날 4-4 동점에서 9회 2사 후 3점을 내준 릿지를 믿을 수가 없어 매뉴얼 감독은 경험이 풍부한 박찬호를 셋업맨으로 호출했다.

무사 2루에서 등판한 박찬호는 첫 타자인 스위치히터 닉 스위셔를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144km짜리 투심패스트볼로 2루 땅볼로 처리했다. 이 때 2루주자 로드리게스는 3루로 진루했다. 이어 좌타자인 로빈슨 카노를 맞아 초구 변화구로 헛스윙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째 147km짜리 포심패스트볼로 중견수플라이를 유도해 투아웃을 잡았다. 낮은 플라이여서 3루주자의 홈쇄도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으나 교체된 중견수 벤 프란시스코가 느린 동작으로 홈에 볼을 뿌려 선발 리의 실점만 5점으로 늘었다.

박찬호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브렛 가드너를 볼카운트 1-2에서 143km의 투심패스트볼로 유격수 플라이로 처리해 이닝을 마쳤다. 투구수 11개(스트라이크 7). 박찬호로서는 8회 상대한 양키스 타자들이 스위치히터 스위셔를 포함해 사실상 세 명이나 좌타자였음에도 완벽하게 처리했다는 점에서 향후 시리즈에서의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FOX-TV의 조 벅 캐스터도 “박찬호가 8회를 완벽하게 처리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실제 박찬호가 8회 추가실점을 했다면 5차전 승부도 알 수 없었다. 마무리 릿지 대신 클로저로 나선 매드슨도 8-5로 앞선 상황에서 호르헤 포사다에게 2루타, 대타 마쓰이 히데키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하며 대량실점 위기에 몰렸다가 톱타자 데릭 지터를 유격수 병살타로 유도해 1실점으로 막고 월드시리즈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월드시리즈 6차전은 5일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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