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이 본 ML 포스트시즌] 양키스의 힘? 메마르지 않는 돈!

입력 2009-11-0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뉴욕 양키스가 처음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때는 1923년이다. 구 양키스타디움이 개장한 해였다. ‘루스가 지은 집’으로 통하는 구 양키스타디움은 베이브 루스와 역사를 같이 했던 곳이다. 구 양키스타디움의 공사비는 240만달러였다. 2009년 양키스는 15억달러를 들여 뉴 양키스타디움을 개장했다. 그리고 개장 첫해 통산 27번째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뉴 양키스타디움은 ‘보스가 지은 집’으로 불린다. 보스는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의 애칭이다. 미국의 스포츠 스타디움 사상 최고의 공사비 15억달러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의 통 큰 씀씀이를 여지없이 발휘한 구장이다. 6차전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7-3으로 꺾고 구장내 연단에 마련된 축하연에서 선수들은 이 우승은 ‘보스를 위한 것(Boss, this is for you)’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타인브레너는 당초 월드시리즈에는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탬파에서 요양중이다.

2009년 양키스의 우승은 역시 돈으로 해결된 것이다. 오프시즌 양키스가 쏟아부은 돈은 에이스 CC 사바시아(7년 1억6100만달러), 제2선발 AJ 버넷(5년 8230만달러), 1루수 마크 테셰라(8년 1억8000만달러) 등 투타의 핵심 3명에게만 4억3960만달러에 이른다. 양키스는 플레이오프 내내 3인 로테이션을 고수했다. 사바시아와 버넷이 우승의 주역이다. 비록 포스트시즌에서는 부진했지만 테셰라는 양키스 유니폼을 입자마자 정규시즌에서 홈런(39), 타점(122) 선두를 마크했다. 양키스는 지난 시즌 14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는 쓰라림을 맛봤다. 결국 지난 겨울 FA 시장에서 사실상 1∼3번 선수를 모두 영입하며 9년 만에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양키스의 우승에는 메마르지 않는 돈이 절대적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데릭 지터, 호르헤 포사다, 앤디 페티트, 마리아노 리베라처럼 팜팀에서 성장해 지금까지 한솥밥을 먹으며 5차례 우승반지를 낀 것도 요즘의 메이저리그에서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이들 4명은 양키스 마이너리그를 거쳐 시차를 두고 199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동기생들이다. 4명의 우승반지만 합쳐서 20개다.

아울러 올 양키스 우승에서 가장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바로 3루수 알렉스 로드리게스다. 그동안 포스트시즌 부진으로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로드리게스는 올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월드시리즈를 포함한 포스트시즌에서 타율 0.365, 6홈런, 18타점으로 메이저리그 최고연봉자다운 활약을 펼쳤다. 특히 로드리게스의 활약이 평가받는 이유는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 약물복용을 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가 사실로 드러나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또 정규시즌을 앞두고 엉덩이뼈 수술로 정규시즌마저 불투명했으나 이런 악재를 딛고 팀을 월드시리즈까지 올려놓는데 앞장섰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올해 등번호 27번을 달고 양키스 지휘봉을 잡은지 2년 만에 우승 감독이 된 조 지라르디는 양키스 현역으로도 3번 우승한 경력이 있다.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우승반지를 낀 사람은 총 7명이다.

LA 통신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