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111.70점 3년만에 최하 점수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 트리플 러츠, 트리플 플립. 김연아에게 ‘점프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안겨준 필살기들이다. 하지만 그랑프리 5차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는 약 대신 독이 됐다. 김연아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111.70점을 받는 데 그쳤다. 시니어 데뷔 무대인 2006∼2007 그랑프리 2차 대회(105.80점) 이후 14번째 대회 만에 나온 최저점이다. 그랑프리 7개 대회 연속 우승을 하고도 마음 놓고 웃을 수 없었던 이유다.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이번 시즌 3번 모두 2점 이상의 가산점을 챙긴 ‘명품’이다. 하지만 점프 도약 때부터 잠시 멈칫한 김연아는 러츠를 불안정하게 착지한 뒤 토루프의 회전수를 다 못 채우고 내려앉았다. 최대 12.20점까지 챙겼던 점프가 토루프 다운그레이드에 2점 감점까지 붙어 5.30점으로 낮아진 것.
바로 이어진 과제인 트리플 플립 역시 착지 과정에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더블 플립(1.7점)으로 다운그레이드에 수행점수도 1점 감점. 또 경기 중 넘어질 경우 총점에서 필수적으로 1점을 깎게 돼 있다. 전날 7.20점을 받았던 점프가 사실상 -0.3점으로 처리된 셈. 이어진 불운은 결국 트리플 러츠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1회전으로 처리한 뒤 착지도 완벽하지 못했다. 불안 속에 시도한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가산점이 전혀 없었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점프 실수들로 연기의 흐름이 끊기면서 예술 점수까지 대폭 깎였으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완벽을 향한 ‘피겨퀸’ 김연아의 의지에 다시 한 번 채찍질을 가하는 계기였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