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은 키 큰 남자” 꽃처녀 장미란이 사는 법

입력 2009-12-0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장미란. 고양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장미란. 고양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장미란 뭉툭한 찰나다.

다시는 불러 모을 수 없는 힘, 이마가 부었다.

하늘은 이때 징이다. 이 파장을 나는 향기라 부른다.

장미란,

가장 깊은 땅심을 악물고,

악물고 빨아들인 질긴, 긴 소리다, 소리의 꼭대기에다 울컥, 토한 한

뭉텅이 겹겹 파안이다. 그

목구멍 넘어가는 궁륭을,

궁륭 아래 깜깜한 바닥을 보았다.

장미란!

어마어마하게 웅크린 아름다운 뿌리가,

움트는 몸이 만발, 밀어올린 직후가 붉다.

-2009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

“결혼예물은 2012년 올림픽 金”

2007년 제7회 미당문학상을 받은 시인 문인수(64)는 “베이징올림픽 직후, 장미란(26·고양시청)이 ‘가장 아름다운 챔피언의 몸매’로 뽑힌 것을 보며, 미(美)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곱게 핀 장미꽃 한 송이. 하지만 그 근원은 칠흑같이 어두운 땅 속에 있다. 깊은 뿌리에서부터 시작되는 장미의 생명력. 장미란 역시 베이징올림픽 이후에도 태릉에서 계속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1년3개월. 그녀는 11월, 2009고양세계역도선수권에서 또 한 송이 꽃을 피웠다. 시인 문인수의 말처럼, “장미가 매번 똑 같은 꽃을 피우지 않듯, 그녀의 경기 역시 매 찰나가 절정”이다. 2일, 경기도 고양시 ‘장미란체육관’에서 오랜만에 휴가를 받은 ‘장미’를 만났다.


○“박태환 직접 챙겨요”…국민오누이 누나 장미란

“실물이 훨씬 예쁘네요.” 사진 촬영 중, 고양시민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어딜 가나 유명세. 스타가 되면서, 팬들이 바라는 장미란의 모습이 생겼다. ‘다이어트 대신 살을 찌우고, 화장품 대신 탄산마그네슘 가루를 손에 바르며….’

장미란은 “포장되는 삶이 싫다”고 했다. 그 이미지를 통해 그녀의 말과 행동이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악플 등으로 ‘재해석’되기 때문이다. 상처가 쌓여 이제는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워졌다. 그래도 장미란은 “친구들을 만나면, 내가 도리어 행복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취업이나 보수 문제 등 20대 후반을 짓누르는 고민으로부터는 자유롭기 때문.

대 신, 그녀는 부담감이라는 이름의 짐을 항상 지고 산다. 특히, 2009고양세계선수권을 앞두고는 운동과 관련된 꿈을 자주 꿀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장미란은 “잘 안될 때는 최대한 심플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8월 로마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 직후. 장미란은 태릉으로 돌아온 박태환(20·단국대)에게 산책을 청했다. 세계선수권에서의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박태환. “운동에 대한 얘기는 일부러 안했어요. 제가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국민오누이’의 따뜻한 우정. 다른 종목 동생까지 섬세하게 챙길 정도로, 그녀는 넓은 마음씨를 가진 누나다.

장미란이 고된 훈련으로 인해 굳은살이 군데군데 박인 손바닥을 조심스럽게 펼쳐보였다.

고양| 양회성 기자 yohan@donga

 장미란이 고된 훈련으로 인해 굳은살이 군데군데 박인 손바닥을 조심스럽게 펼쳐보였다.

고양| 양회성 기자 yohan@donga




○어느덧, 하루하루가 다른 나이. 하지만, 완벽한 자세에서는 187kg도 안 무거워

이제 우리 나이로 스물일곱. 장미란은 “몸이 다르다는 것을 하루하루 느낀다”고 했다. 피로가 쌓이는 시간은 더 빨라졌고, 피로가 풀리는 시점은 더 늦어졌다. 2012런던올림픽을 마지막 대회로 생각하는 이유다.

하지만 역도는 기술의 운동. 11월28일 여자최중량급(+75kg) 용상 세계신기록(187kg)을 경신하는 순간에도 그녀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장미란은 “파워는 힘과 기술이 적절히 조화됐을 때 나오는 것”이라면서 “완벽한 동작이 나오면 들어올린 순간에도 그 중량을 느낄 수 없다”고 했다. 마치, 홈런의 순간 타자들이 “배트에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고 하는 것처럼. SK 김성근(67) 감독과의 인연 덕분에 장미란은 야구도 즐긴다. 특히 좋아하는 장면은 병살플레이. “역도가 개인 운동이라서 그런지, 팀플레이가 멋지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배우자 제1조건은 크리스천, 결혼은 런던올림픽 이후에

1년의 대부분을 태릉에서 보내는 장미란. “가장 큰 유흥은 강남역 근처에서 밥 먹고 차 마시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꽉 짜여진 생활이다. 많은 계획을 2012런던올림픽 이후로 미뤄둘 수밖에 없다. 친구들과의 세계일주도 그 중 한 가지.

장미란은 “고등학교 때 운동을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아직까지도 만나는 중학교 때 친구 2명이 있기 때문. 나이 서른이 되는 해, 이 친구들과 세계일주를 가기로 약속했다. 공교롭게도 2012년은 장미란이 우리나이로 서른이 되는 해. “친구들은 미리 여행을 시작하고, 영국을 돌 때 저보고 합류하라는데, 지켜질지는 모르겠네요.” 수줍은 웃음.

“아직 남자친구는 없다”고 밝힌 장미란은 “결혼도 런던올림픽 이후로 생각하고 있지만, 상황이 되면 그 전에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람을 만날 절대적인 기회도 부족하지만, 자신을 ‘역도선수’로만 바라보는 것이 사랑의 장애물(?). 하지만 그녀는 “아직은 역도선수인 동생 (장)미령(24·고양시청)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 외로움은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배우자의 제1조건은 ‘크리스천’이다. 장미란 역시 삶의 많은 부분을 신앙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 “나보다는 키가 컸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도 덧붙였다. 장미란은 “어머니는 (결혼을) 2015년에 하라고 하시는데…”라며 웃었다.

고양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