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4연패 축하파티] “축하해요” 사재혁-장미란 러브샷

입력 2009-1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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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오늘은 한 잔 해!’ 사재혁이 술잔을 건네자 쑥스러워하는 장미란. 한국역도의 ‘최강남매’는 맥주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고양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재혁 “미란 누나와 약속 지켜”
“한 잔 하자는 약속, 1년 만에 지킨 거예요.”

28일, 경기도 고양의 모 음식점. 대한역도연맹관계자들은 장미란(26·고양시청)의 여자역도 최중량급(+75kg) 용상신기록(187kg) 수립과 세계선수권 4연패를 축하하는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도핑테스트를 마치고 뒤늦게 식사자리에 참석한 장미란. 인사를 마친 장미란이 숙소로 돌아가려 하자, 24일 남자77kg급 용상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사재혁(24·강원도청)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제가 누나 술 한 잔 주겠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장미란은 술을 입에도 대지 못한다. 하지만, 동생의 간청(?)을 마다할 수는 없었다. 결국 맥주 한잔을 러브 샷. 단순한 축하주가 아니었다. 사재혁은 “(장)미란 누나와의 약속을 1년 만에 지킨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사연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란히 남여역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장미란과 사재혁. 넉살좋은 사재혁이 먼저 “언제 자리 한 번 같이 하자”고 청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1년간 태릉에서 역기와 씨름하느라 짬을 낼 수 없었다. 장미란은 28일 경기에서 인상과 용상 1차시기를 모두 실패했다. 바벨을 잡은 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만큼 부담감이 컸다는 뜻. 장미란은 “다시는 한국에서 세계선수권을 안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였다. 사재혁 역시 기록경신에 대한 마음의 짐이 컸다. 두 선수 모두 마음의 허리띠를 풀어놓은 것은 1년 만. 장미란은 “이제 속 시원히 1주일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있고 싶다”며 웃었다. 한국 역도를 이끄는 ‘최강남매’의 호탕한 웃음소리 속에 고양의 밤은 깊어갔다.

고양|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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