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희섭, 말끝마다 “산으로” 폭소탄 수상소감

입력 2009-12-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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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1일 서울 코엑스 오리토리움에서 열렸다.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에 수상된 기아 최희섭이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전국의 모든 산에 올라가겠다!”

이러다 ‘산악인 최희섭’으로 변신하는 건 아닐까. 어눌하면서도 느릿느릿한 말투. 진지했지만 사람들은 그의 입이 열릴 때마다 폭소를 터뜨렸다.

KIA 최희섭(30)은 생애 처음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됐다. 2007년 중반 국내 프로야구에 뛰어든 뒤 처음 품어보는 황금장갑. 그런데 수상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야구’ 얘기보다 ‘등산’ 얘기가 더 많았다. 말끝마다 ‘산’을 얘기해 시상식장을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한마디로 ‘등산 홍보대사’가 따로 없었다.

그는 “정말 작년에 고생 많이 했는데 기쁘고요”라고 운을 뗀 뒤 “개인상보다 더 기쁜 게 있습니다. 한국에 처음 들어올 때 팬들과 약속했는데, V10! V10을 이뤘습니다!”라며 덩치만큼이나 우렁찬 목소리로 고함을 쳐 좌중을 웃겼다.

수상소감이 끝난 줄 알았지만 그는 단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등산 삼매경에 빠져있는 그는 본격적으로 ‘산’ 얘기를 시작했다. 마치 웅변대회에 나온 덩치 큰 소년처럼 “전국에 있는 모든 산!”이라며 목에 핏대를 세운 뒤 “산에 올라가서 정말 술 한 잔 하고 싶습니다”라며 엉뚱한 말을 이어갔다.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폭소를 터뜨렸다. ‘등산 마니아’인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산에 미쳐있는 줄은 몰랐다는 듯….

그는 한숨을 돌린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직도 저는 2% 부족합니다. 내년에는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도록!”이라고 외친 뒤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는 허무하게 “산에 올라가겠습니다”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허를 찔린 좌중은 또다시 폭소를 터뜨렸다.

산악인 엄홍길도 울고 갈 최희섭의 등산예찬. 요절복통 수상소감에 식장은 코미디 극장으로 변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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