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와 입단 계약을 체결한 이범호가 대구 팔공산 천성암에 올라 일본에서 맹활약을 다짐하며 아버지 이광희씨와 일출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아들이 9회말 2사 후 극적인 동점 적시타를 치는 장면도 기도를 하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을 정도로 불심(佛心)이 깊다.
“범호가 일본에 가고 싶어 했는데 사실 저도 어려울 줄 알았어요. 아버지로서 답답했죠. 그래도 기도가 통했는지 결국 일본으로 가게 됐네요.”
사고무친(四顧無親)의 일본땅. 장남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먼 길을 홀로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짠하기 그지없다. 여느 아버지와 똑같은 아버지의 마음이다.
“범호가 어릴 때 제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적이 있어요. 중학교(경운중) 시절 우승을 하고 야구부원이 모두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그때 돈이 없어 범호를 보내주지 못했어요. 범호도 울고 식구들이 모두 울었어요. 그때 그랬죠. 잡초 같은 인생이 나중에 더 잘 산다고. 야구로 성공해서 일본에 가면 되지 않느냐고. 그런데 정말 일본에 진출했으니 이제 한을 풀게 됐네요.”
부친에 따르면 이범호는 철이 일찍 들었다. 개구쟁이 같은 면도 있었지만 제 할일을 알아서 다했다.
“야구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열심히 하라는 말조차 한번 하지 않았는데 훈련을 게을리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한화에 입단해 10년 동안 객지생활을 했는데 그래도 한국이니까 별 걱정이 없었죠. 이제 바다 건너로 간다니 아들을 믿으면서도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본에 가서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바라는 건 그거 하나예요.”
대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대구=김종원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