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토크] 게임 전 맥주 한박스는 가뿐하게 …대기록의 힘은 ‘취권’?

입력 2010-02-0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강동 롯데 2군 타격코치. [스포츠동아 DB]

이강동 롯데 2군 타격코치. [스포츠동아 DB]

프로통산 두번째 사이클링 안타 이강돈
사이클링 안타는 프로통산 13번 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노히트노런이 총10회(포스트시즌과 강우 콜드 경기 제외)이니, 빈도수로만 따지자면 노히트노런 만큼이나 희귀하다. 폭탄토크 이 번주 손님은 프로통산 2번째 사이클링 안타의 주인공, 이강돈(49·사진) 롯데 2군 타격코치다.

1987년 8월26일 밤. 잠실 OB 베어스 전을 앞두고 서울 숙소에 머물던 이강돈(당시 빙그레 이글스)은 일기예보를 듣고, 방배동 카페 골목으로 향했다. “내일 비 온대. 경기 안할 것 같아.” 오랜만에 만난 친구 셋과 시작한 술자리. OB전을 앞둬서인지 그날따라 맥주가 더 당겼다. 친구들과의 이야기에 젖고, 술에 취하고…. 타고난 주당인 이강돈에게 맥주 한 박스쯤은 우스웠다. 8월27일, 오후3시. 예상대로 그라운드에서 타격훈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당시 OB 선발은 에이스 계형철(57·SK2군 감독). 반면, 빙그레 선발은 2년차 손문곤(45)이었다. 아직 경기감독관제도가 생기기 전. 홈팀의 입김이 경기 강행에 큰 영향을 미치던 시절이었다. OB 김성근(68·SK감독) 감독은 어떻게든 경기에 들어갈 심산이었다.

이강돈은 “그날따라 몸이 부드러운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취기가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100% 술이 깬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몸살이 나면 도리어 배트에 공이 잘 맞는 것처럼, 좋은 예감이 있었다.

선발 우익수 겸 6번 타자. 이강돈의 2회 첫 타석은 좌측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이었다. 4회 2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타격감을 조율한 이강돈은 6회 2루타를 치고, 3루까지 내달리다 간발의 차이로 아웃됐다. 만약, 전 날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세이프가 됐을까?

8회 단타를 추가한 이강돈은 사이클링 안타에 퍼즐 하나만을 남겼다. 9회를 앞두고, 기록원이 다가와 “3루타만 치면 대기록”이라고 귀띔까지. 적시적소에 터진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결국 이강돈에게 타석에 설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2사1,2루에서 이강돈이 친 타구는 총알같이 2루수 키를 넘겼다. OB 우익수 김형석이 주저주저 하는 사이 이강돈은 뒤도 안돌아보고 3루까지 내달렸다. 사이클링 안타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