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재웅이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기 위해 다시 방망이를 잡았다. 유재웅은 자신을 챙겼던 김경문 감독의 재신임을 얻어낼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 DB]](https://dimg.donga.com/wps/SPORTS/IMAGE/2010/02/08/26034293.2.jpg)
두산 유재웅이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기 위해 다시 방망이를 잡았다. 유재웅은 자신을 챙겼던 김경문 감독의 재신임을 얻어낼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 DB]
백업으로만 7년…이남자가 사는 법
“그거 아세요. 백업 선수로 한 10년쯤 보내면 성격도 변하는 거?”웬만해서는 웃음을 잃지 않는 두산 유재웅(31)의 얼굴이 굳어졌다. 프로 8년차 외야수. 휘문고 시절 박용택(LG)과 우투좌타 유망주로 꼽혔지만 프로입단 후 이렇다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벤치에 머무는 날이 늘어갔고, 밝고 명랑한 성격도 점차 바뀌었다.
2010 시즌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김경문 감독은 유재웅을 불러 “그동안 너에게 기회를 충분히 못 준 것 같다. 올해는 맘껏 해보라”라고 독려했다. ‘기회를 주겠다’는 김 감독의 말은 유재웅에게 남다른 힘이 됐다. 오전 9시부터 빡빡하게 돌아가는 지옥훈련에 체력이 고갈됐지만 이를 악물고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놀랐죠. 원래 감독님이 그런 말 잘 안 하시잖아요. 달라진 점이요? 별로 없는데…. 아! 야구가 재미있어졌어요. 어차피 올해 못 하면 내리막이니까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거든요. 훈련이 힘든데 운동장 나오는 게 즐겁네요. 그런 모습을 좋게 보셨나 봐요.”
유재웅은 팀 후배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선배다. 고영민은 그를 보자 “나랑 동기”라고 놀렸다. 무려 5년 선배지만 1998년 OB 2차 우선지명을 받은 후 대학에 진학한 까닭에 사실상 입단(2002)은 함께 한 것을 두고 한 농담이었다. 까마득한 후배이자 룸메이트 정수빈도 틈만 나면 뱃살을 만지는 등 스스럼없이 장난을 친다. 유재웅은 “애들이 나를 너무 만만하게 봐”라고 말했지만 그런 후배들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백업으로 있는 애들을 보면 가슴이 짠해요. 주전선수야 오늘 못 해도 내일 잘 하면 되지만 백업들은 다르거든요. 이번에 못 하면 다음이 없는 거죠. 욕심을 내니까 실력도 안 나오고. 밝고 잘 웃는 애들이 어느새 위축돼 있더라고요. 그 맘 아는 제가 챙겨줘야죠.”
벤치 선수들 얘기에 진지하게 말을 이어가던 유재웅은 “하긴 남말 할 때가 아니다. 내 코가 석자”라며 큰소리로 웃었다. 이번 캠프에서 그의 별명은 ‘32세의 유망주’. 김 감독의 지시하에 특별타격훈련을 하고 있는 신경식 코치가 붙인 별명이다.
“이제 저도 서른둘인데 ‘유망주’자 좀 떼야죠. 일단 힘을 빼고 치는 훈련을 하고 있어요. 그동안은 욕심을 부리다보니까 타격에 힘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열심히 하고 있으니 올해 한 번 지켜봐주세요.” 심각한 얘기는 1분을 넘게 하지 못하던 ‘유쾌남’ 유재웅은 방망이를 꽉 쥔 채 실내타격훈련장으로 향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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