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주. 스포츠동아 DB
‘팔꿈치 재활’ 제2 야구인생 스타트…KIA 한 기 주
150km 넘던 ‘언터처블’ 고3때 인대파열 악몽통증과의 싸움 벌써 5년째…이젠 끝내고 싶어
베이징 금·팀 KS우승했지만 활약 부진 아쉬움
내나이 이제 스물셋…2년 재활은 또다른 도전
2012년 봄 반드시 최고 투수로 컴백할겁니다
KIA 한기주는 올시즌 마운드에 서지 못한다. 지난해 11월 팔꿈치 수술을 받고 올해는 재활에만 전념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기주에게 지난 4년은 통증과의 싸움이었다. 팔꿈치 부상으로 팬들에게 자신의 참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일요일 광주에서 만난 한기주는 무척 표정이 밝았다. 재활훈련이 즐겁고 힘들지 않다고 했다. 한기주는 지금 제 2의 야구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다시 마운드에 올라 160km의 빠른 공을 던질 날을 팬들은 기다리고 있다.
○동성고 시절이 더 위력적이다
한기주의 고교시절은 화려했다. 1학년때 청룡기에서 3승을 기록하며 팀에 우승을 안겼고 2학년 봉황기와 3학년 대통령배 때는 우승과 함께 MVP를 차지했다. 한기주는 동성고 2학년때부터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졌다. 우타자 바깥쪽을 낮게 찌르는 그의 공은 볼끝이 엄청났다. 사실 고교타자들이 때리기에는 너무 강했다. 전국대회에서 51이닝연속 무자책기록을 세웠다. 뛰어난 투구밸런스와 다양한 구종, 안정된 제구력은 최동원, 선동열의 고교시절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기주는 지금도 “고등학교 2학년때가 가장 좋았다”며 3학년 대통령배때 부상 이후로는 그때 같은 살아있는 공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한다.
광주 동성고 2학년 한기주는 시속 150km를 넘는 강속구에 안정된 제구력까지 갖춰 선동열의 고교시절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포츠동아 DB
○마지막 공 하나에 엇갈린 명암
2005년 대통령배 준결승에서 한기주는 군산상고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뒀다. 탈삼진 12개. 완벽한 투구였지만 마지막 공 하나가 문제였다. 던지는 순간 팔꿈치에 통증이 왔다. 순간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 신일고와의 결승전에서 선발 한기주의 초구는 135km의 직구였다. “공을 10m도 못 던질 정도였어요. 결국 1회만 던지고 교체됐죠.” 그때 다친 팔꿈치가 한기주를 5년 동안 괴롭혔다. 2005년 계약금 10억원을 받고 KIA와 입단계약을 맺은 한기주는 그해 가을 팔꿈치 정밀진단을 받았다. ‘인대 70%% 파열.’프로에 입단한 한기주의 모습에서 고교시절같은 활기찬 팔스윙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통증 때문에 재활하고 관리하며 던지다보니 전력을 다해 던진 경우가 많지 않았다. 팔꿈치가 아파서 고교시절 던졌던 커브와 스플리터를 빼고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타자를 상대했다. 그래서 한기주는 항상 2%% 부족하게 보였다.
2005년 한기주(오른쪽)는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는 프로야구 신인 역대 최고 계약금 10억원을 받고 KIA에 입단했다. 왼쪽은 당시 정재공 KIA 단장.
○욕심은 금물, 3년은 기다려야 한다
한기주 말고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한 투수는 많다. 대표적인 투수로 일본 야쿠르트의 임창용과 한화 류현진, 삼성의 오승환과 배영수를 꼽을 수 있다. 임창용과 오승환, 류현진은 성공사례다.
2005년 10월 팔꿈치 수술을 한 임창용은 2006년과 2007년 2년 동안 삼성에서 재활을 잘 마친뒤 2008년 일본에 진출해 2년 동안 61세이브를 기록했다. 최고 시속 160km의 빠른 공을 던져 일본열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단국대 1학년말에 팔꿈치 수술을 한 오승환도 다시 공을 던지기까지는 2년이 걸렸다. 19개월 동안 재활에 전념했고 3학년 여름 다시 공을 잡았다. 본격적인 스피드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4학년때. 145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기 시작했고 삼성에 2차 1번으로 지명됐다. 지난해 다소 주춤했지만 프로에서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류현진은 재활기간이 가장 짧았던 투수다. 동산고 2학년 4월에 팔꿈치 수술을 한 류현진은 그해 10월부터 공을 던졌다. “3학년때 성적을 내지 못하면 프로에 못가니까 재활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는 게 류현진의 설명. 결국 3학년 청룡기 우승을 했고 2006년 신인 최초로 트리플크라운 달성과 정규리그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석권하는 괴물이 됐다. 류현진의 경우 젊은 나이가 빠른 회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해석이다.
삼성 배영수는 2007년 1월 수술한뒤 아직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9승을 했지만 지난해는 1승12패, 방어율 7점대의 성적으로 무너졌다. 통증은 사라졌지만 140km대의 스피드가 나오지 않는 게 문제다. 수술후 회복속도는 나이와 팔꿈치 손상정도에 따라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확하게 2년은 확실하게 재활을 해야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게 통례다. 한기주에게는 올해와 내년 재활을 거쳐 2012년이 승부의 해가 되는 셈이다.
○올림픽 금메달과 한국시리즈 우승
한기주는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지난해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에게는 최고의 영광이었지만 그는 기쁨이 크지 않았다고 한다. “올림픽 금메달 정말 좋았죠! 하지만 저는 좋은 소리 별로 못들었잖아요. 한국시리즈 우승때도 제가 주역이 아니다 보니까 기쁨은 잠깐이더라구요.” 올림픽이 끝난 뒤에 팔꿈치 수술을 해야겠다고 구단에 요청했다. “통증없이 마운드에서 마음껏 던질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데뷔초부터 해왔거든요.”한기주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에서 자신이 우승을 결정짓는 투수가 되는 것이 복귀후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활짝 웃었지만 고3 때 당한 팔꿈치 부상의 고통은 항상 한기주의 뒤를 따르며 끊임없이 괴롭혔다. 스포츠동아DB
○선발, 마무리 다 자신있다
한기주는 재활만 성공한다면 선발과 마무리 모두 자신있다고 했다. 선발이면 다승왕과 100승이 목표이고 마무리로 뛴다면 삼성 오승환이 세운 한시즌 최다 43세이브를 넘어서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는 커브도 던지고 스플리터도 던질 겁니다. 타자 몸쪽승부도 많이 할 거구요.” 한기주가 가장 좋아하는 투수는 지난해 은퇴한 메이저리그의 전설 랜디 존슨이다. “저 이제 스물세살입니다. 열심히 재활해서 꼭 최고투수가 될 겁니다.” 랜디 존슨처럼 가장 빠른 공을 던지며 오래오래 팬들과 함께 하는 투수가 한기주의 목표다.
○긍정의 힘! 재활도 소중한 경험
한기주의 재활훈련은 아침 9시부터 시작된다. 하루 6시간, 튜빙과 웨이트, 밸런스훈련, 그리고 러닝이 주된 메뉴다. 저녁에는 과외수업도 한다. 스스로 요가를 훈련프로그램에 넣었고 헬스클럽에서 웨이트 훈련을 보충 실시하고 있다. 매일매일 훈련일지도 작성하며 그 어느때보다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재활이 힘들다고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재미있고 즐겁게 하고 있어요. 고비가 오겠지만 이겨낼 자신도 있구요.”한기주는 누구보다도 지기 싫어하는 승부근성을 갖고 있다. 그의 앞에 재활이라는 힘든 상대가 있지만 이미 한기주는 재활이라는 상대를 심리적으로 제압한 느낌이다. 재활성공은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주위에서 차분하게 지켜봐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한기주의 성공적인 재활을 기대한다. 팬들도 그가 반드시 최고투수 한기주로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