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MF 박지성,피를로를 체포하다

입력 2010-03-11 17: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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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스포츠동아 DB

박지성. 스포츠동아 DB

역시 박지성(29·맨유)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맏형다웠다.

지난 달 프리미어리그 강호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시즌 1호 골을 터트린 그가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강호 AC밀란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11일) 홈경기에서 시즌 2호골을 터트렸다.

1차전처럼 중앙 미드필더로 이동해 AC밀란 핵심 미드필더 안드레이 피를로의 발목을 잡았고, 득점까지 하며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팀이 2-0으로 앞선 후반 14분 승부를 결정짓는 3번째 골을 넣었다. 폴 스콜스의 침투 패스를 받은 뒤 수비라인 앞쪽으로 툭 차 놓은 뒤 슬라이딩하며 오른발로 슛해 상대 골문 왼쪽 구석을 찔렀다. ‘최고의 스포츠 응원가’로 선정됐던 박지성 송이 또 한번 올드 트래포드에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

박지성은 전반 초반부터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상대의 패스 미스를 유도하며 중앙에서 볼을 여러 차례 따냈다. 이에 홈팬들은 박지성 송을 목청 높여 부르며 그의 활약에 큰 박수를 보냈다.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곳에서도 끈질기게 피를로를 따라다니며 한 순간도 그를 놓아주지 않았던 박지성은 AC밀란의 공격을 무기력하게 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박지성은 대런 플레처가 터트린 네 번째 골에도 큰 공헌을 했다.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볼을 포기하지 않고 하파엘에게 건네줬다. 하파엘의 패스를 플래처가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최고의 활약을 펼친 박지성의 인기는 경기장 ‘믹스트존’에서도 대단했다. 선수 라커룸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영국과 유럽 취재진들이 여러 차례 그를 붙들고 질문 공세를 펼치는 바람에 한국 취재진들은 그를 만나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순간이었다.

힘겹게 한국 취재진들과 마주한 박지성은 활짝 웃으며 “골을 넣어 기쁘다. 항상 득점은 기쁘다.

특히 올드 트래포드라 더욱 좋은 것 같다. 4-0의 승리였지만, 힘든 경기였다. 첫 골이 일찍 나와서 유리했다고 본다”며 경기 소감을 전했다.

올드 트래포드에서는 영웅이었던 박지성이었지만 AC밀란 팬들에게는 분명 미운털이 박혔다.

‘스포츠동아’와 만난 AC밀란 팬 로렌조는 “너무 심하게 피를로를 따라다니면서 전혀 공격에 손을 못 쓰게 만들었다. 그것은 매우 구식의 축구 방법이다”며 필자에게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맨체스터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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