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donga.com] 영표,성실했던 내 친구…마지막 월드컵 후회없이 뛰어라

입력 2010-06-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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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윤상혁과 함께∼ 이영표의 절친 윤상혁(왼쪽)은 안양공고 동기생으로 현재 고양국민은행에서 뛰고 있다.

친구 윤상혁과 함께∼ 이영표의 절친 윤상혁(왼쪽)은 안양공고 동기생으로 현재 고양국민은행에서 뛰고 있다.

to. 고교시절 단짝 영표에게

영표야, 나야 상혁이.

내가 널 처음 본 게 초등학교 때였지. 학교는 달랐지만 연습경기 할 때 보면, 넌 어렸을 때부터 참 똘똘하고, 재미있게 축구를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못하는데, 때론 부럽기도 했고. 영표야, 혹시 우리 고등학교(안양공고) 시절 기억나니?

네가 밤늦게, 또 이른 새벽에 다들 자는 시간에 운동장에 나가 하루도 빠짐없이 개인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 영표가 축구선수로 꼭 성공하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 말이야.

2001년이든가, 내가 국민은행에 있을 때 연습경기를 하다 발목을 크게 다쳤었잖아. 인대가 끊어진 것 같았는데, MRI를 찍을 돈이 없던 나를 네가 도와줬지. 내가 다쳤단 소식을 듣고 이튿날 새벽같이 구리 LG 숙소에서 우리 팀 숙소였던 종암동으로 걱정스런 표정으로 달려왔던 네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때 넌 날 대표팀 주치의 나영무 박사님께 데려가서 MRI도 찍게 해주고, 병원 입원비까지 계산했었지. 어려웠던 날 도와주면서 일부러 티 안내려고 하던 네 모습에 난 너무 고마웠다. 친구로서, 인간적으로 정말 많은 걸 느꼈었지. 그러고 보니 그동안 쑥스러운 마음에 제대로 고맙단 인사도 못한 것 같다. 영표야, 뒤늦게나마 꼭 하고 싶었다, 그 때 너무 고마웠다고.



2002년 한일월드컵, 2006년 독일월드컵에 이어 이번 남아공월드컵이 네가 선수로서 뛸 수 있는 마지막 월드컵이 되겠지. 나는 네가 이번 월드컵에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쉽지 않겠지만 너도 그렇고 코칭스태프도 같은 마음, 같은 목표로 준비했으니까 그토록 원하는 원정 16강 진출을 꼭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네게 편지를 쓰려니까, 고등학교 시절이 자꾸 떠오른다. 우리가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늘 묵묵히 성실히 뛰어준 너에게 친구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싶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너의 기억 속에 이번 남아공월드컵이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되길 바란다, 친구야.

나는 이곳에서 열심히 응원할게. 영표야, 힘내 파이팅!


from. 고양국민은행 윤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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