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에스타, 스페인 80년 한 풀었다…남아공 월드컵 우승컵에 키스

입력 2010-07-12 09: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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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반 90분간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돌입한 연장 후반 11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교체 투입된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날)의 패스를 받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가 오른발 강슛을 날렸다. 이 슈팅이 네덜란드 골키퍼 마르턴 스테켈렌뷔르흐의 손끝을 스치며 골문 안으로 들어간 순간 스페인 선수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네덜란드 선수들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12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

‘무적함대’ 스페인이 연장 후반에 터진 이니에스타의 천금같은 결승골을 앞세워 네덜란드를 꺾고 사상 첫 월드컵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이로써 이번 대회까지 13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던 스페인은 역대 최다인 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과 이탈리아(4회), 독일(3회),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이상 2회), 잉글랜드, 프랑스(이상 1회)에 이어 여덟 번째로 월드컵 우승국 대열에 합류했다.

종전 1950년 브라질 대회 4위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월드컵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스페인은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제패로 메이저 대회 울렁증을 털어낸 데 이어 월드컵까지 제패해 세계 최강 면모를 뽐냈다.

특히 스페인은 비유럽지역에서 개최된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유럽 팀이 됐다.

이날 결승골 주인공인 이니에스타는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그러나 대회 골든볼은 디에고 포를라(우루과이)에게 돌아갔다.

반면 네덜란드는 스페인의 벽에 막히면서 첫 우승 꿈이 물거품이 됐다.

네덜란드는 1974년 서독 대회와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 2회 연속 준우승했을 뿐 월드컵에서는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스페인이 찬란한 황금빛 국제축구연맹(FIFA)컵의 주인으로 탄생하며 제대로 된 ‘무적함대’라 불리게 됐다.

스페인은 간판 골잡이 다비드 비야가 최전방 원톱을 맡고 페드로와 이니에스타가 좌우 날개를 편 4-2-3-1 전형으로 네덜란드에 맞섰다.

중원사령관 사비 에르난데스가 경기를 조율한 스페인은 경기 시작 4분 만에 오른쪽 프리킥 찬스에서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의 헤딩슛으로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네덜란드는 강한 압박으로 스페인의 공격을 2선부터 적극적으로 차단했다. 로빈 판 페르시, 디르크 카위트, 아르연 로번 등 공격 3각 편대와 뒤를 받친 베슬러이 스네이더르가 빠른 공수 전환으로 득점 기회를 엿봤다.

우승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듯 두 팀의 경기는 초반부터 불꽃을 튀겼다.

전반 30분이 되기도 전에 카를레스 푸욜, 라모스(이상 스페인), 판페르시, 마르크 판보멀, 니헐 더용(이상 네덜란드) 등 다섯 명이 몸싸움 과정에서 옐로카드를 받을 정도로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다.

중원에서 팽팽한 공방전 탓에 양 팀은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찾지 못한 채 다소 맥 빠진 경기를 이어갔다.

전반 볼 점유율은 스페인이 56%로 조금 앞섰으나 유효 슈팅은 네덜란드가 3개로 1개에 그친 스페인을 앞섰다.

후반 들어서도 세밀한 패스 플레이로 득점 기회를 노리던 스페인은 공격수들의 슈팅이 잇따라 불발돼 골 결정력에 문제를 보이자 비센데 델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후반 14분 페드로 대신 헤수스 나바스를 교체 투입해 변화를 줬다.

하지만 네덜란드가 효율적인 공격으로 스페인의 허점을 노렸다. 후반 17분에는 스네이더르가 하프라인에서 전진하는 로번을 보고 절묘한 스루패스를 찔러줬다. 그러나 골키퍼 카시야스와 일대일로 맞선 로번의 왼발 슈팅은 전진 수비한 카시야의 오른발을 맞고 골문 밖으로 흘러갔다. 로번은 절호의 득점 기회를 놓쳐 가슴을 쳤다. 로번의 길목을 차단한 카시야스의 선방이 빛났다.

스페인은 후반 24분 나바스의 오른쪽 슈팅이 상대 수비수 다리를 맞고 뒤로 흐르자 비야가 오른발로 슈팅했지만 수비수 헤이팅아의 발을 맞고 굴절됐다.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친 비야의 슈팅이 한 템포 늦은 게 아쉬웠다.

후반 32분에는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라모스가 아무런 수비방해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공중으로 껑충 뛰어올라 헤딩슛을 날렸으나 크로스바를 넘겼다.

네덜란드도 후반 37분 푸욜이 로번을 순간적으로 놓치면서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카시야스가 몸을 던져 공을 잡아냈다. 로번은 마무리 부족으로 두 번째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양 팀은 전후반 90분 공방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스페인이 잇단 문전 공세에도 네덜란드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연장 전반 9분 이니에스타의 스루패스를 받은 파브레가스의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13분 파브레가스의 스루패스를 받은 이니에스타도 마무리가 부족했다.

비센테 스페인 감독은 연장 후반이 시작되자 비야를 빼고 유로2008 결승골 주인공인 페르난도 토레스를 투입했다.

네덜란드는 연장 후반 4분 헤이팅아가 돌파를 하던 이네에스타를 저지하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거세게 몰아붙이던 스페인은 연장 후반 11분 마침내 네덜란드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파브레가스는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쪽 페널티지역까지 침투한 이니에스타에게 패스를 찔러줬고 이니에스타는 한 번 호흡을 고른 뒤 강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공은 골키퍼 스테켈렌베르흐의 오른손을 맞고 그대로 왼쪽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골로 스페인은 80년 우승 한을 풀었다.

경기가 끝난 뒤 주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에 불만을 표하던 네덜란드 선수들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망연자실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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