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없는 편지|형 조동화가 동생 조동찬에게] 나란히 KS행 ‘형제의 난’ 마침내 꿈은 이루어졌다

입력 2010-10-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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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프로선수가 된 형제. 형 조동화(오른쪽)는 동생 동찬을 위해서라면 “대신 군대에 다시 다녀오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우애가 깊다. 2005년부터 번갈아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형제, 올해는 꿈의 무대에 함께 서서 부모님을 그곳에 초청할 계획이다. [스포츠동아 DB]

SK는 13일 전체 휴식을 취했다. 투수 몇 명만 컨디션 조절차 문학구장에 오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SK 외야수 조동화(29)는 야수인데도 구장에 나와 김성근 감독이 보는 앞에서 땀을 흘렸다. 조동화가 15일 개막하는 한국시리즈 1차전을 대비해 마지막 컨디션을 조율하고 있을 때, 동생인 삼성 조동찬(27)은 한국시리즈 진출이냐 끝이냐는 사활을 걸고 대구에서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 한국시리즈 맞대결이 성사됐다. 그러나 우승이라는 목표가 둘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는 절대 없다. 그럼에도 형은 동생의 활약을 기도하고 있었다. 슈퍼스타 K처럼.

동찬아, 한국시리즈에서 적으로 만났지만 난 정말로 너와 같이 야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네가 금메달을 따야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니까 말로는 ‘편하게 신경 쓰지 말고 해라’라고 했지만, 형은 플레이오프 경기 볼 때마다 왜 이렇게 불안할까. 부모님 마음이 이럴까. 네가 만에 하나라도 다치면 금메달도 병역혜택도 물 건너가니까 그런가봐. 내가 언젠가 ‘너 대신에 한 번 더 군대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 적 있지? 그 마음은 농담 아니야. 나는 한 번 상무 갔다 왔으니까 적응이 됐잖아.

요즘 들어 너와 통화를 더 자주 하는 것 같아. 1차전에서 주루 실수한 거 마음에 담아 두지 마. 나는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두 번이나 했던 걸. 그래도 외야수비로 일부나마 만회했었어. 너도 공격과 수비에서 만회해줄 거라고 믿어. 나는 백업이었고, 너는 주전이니까 기회는 더 많을 거야.

그러고 보니 2005년부터 쭉 우리 둘 중에 하나는 한국시리즈에 나갔네. 이제 부모님 소원은 형제가 같이 한국시리즈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어. 네가 긴장은 풀린 것 같은데 플레이오프 내내 부담을 갖는 것 같더라. 그래도 너는 국가대표잖아! 한국시리즈 1차전 전까지는 웃으면서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들어가면 전쟁이겠지? 그래도 그 전쟁, 안하는 것보다 해보고 싶었다.정리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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